돈 주고 사는 '파란딱지'…사칭 피해는 '나몰라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인 사칭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메타가 이를 막을 근본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메타는 지난 2월부터 해외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인증 배지 유료 구독 서비스 '메타 베리파이드'(Meta Verified)를 한국에 도입한다고 1일 밝혔다.

구독형 유료 서비스인 메타베리파이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제출하는 정부 발행 신분증을 확인한 뒤 실제 본인임을 인증하는 '블루 배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메타는 지난 2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후 도입 국가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크리에이터와 개인 계정을 대상으로 우선 운영하고 추후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인데, 구독료는 단일 프로필의 경우 월 2만2천원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모두 구독하면 월 3만5천900원에 달한다.

메타는 크리에이터들이 계정의 진위성을 증명해 플랫폼 내 입지를 키워가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자사 SNS상에서 기승을 부리는 유명인 사칭 광고와 사기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근본적인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이를 외려 장사에 이용하는 것이란 비판과 논란이 예상된다.

그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벌어지는 유명인 사칭 계정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7월 표창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프로필과 게시물 등에 자신의 사진을 도용해 올려두는 사칭 사이트들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그때마다 일일이 계정이 도용됐음을 신고하면 메타 측이 "커뮤니티 규정 위반 사실이 없어 삭제하지 않겠다"고 답변한다고 비판했다.

장동선 한양대 교수 겸 궁금한뇌연구소 대표도 "나도 몇 년째 째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일이다. 심지어 내 도용 계정을 살려놓고 내 계정을 폐쇄한 적도 있다"고 불편함을 호소하는 댓글을 달았다.

지난 10월에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자신을 사칭해 주식 리딩방을 광고하는 페이스북 계정을 운영사인 메타에 신고했지만, 규정 위반이 아니라서 삭제할 수 없다는 답변이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피해 사례가 증가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하자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메타에 여러 차례 시정 요구를 했지만, 메타는 규정을 위반하는 사칭 계정을 늘 단속하고 있으며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메타 플랫폼의 유명인 사칭 사기와 회사의 소극적인 대응은 해외에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호주 자원개발 기업 핸콕의 지나 라인하트 회장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편지를 써 자신을 사칭하는 거짓 광고가 만연한데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방관한다고 항의했다.

호주의 기업인 앤드루 포레스트와 유명 방송인 데이비드 코크도 자신을 사칭한 가짜 광고가 퍼지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메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