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29CM·W컨셉·EQL 등이 판매
쇼핑몰들 소비자보다 입점업체 더 중시
가짜 캐시미어 논란 후에도 정신 못 차려
[OK!제보] 유명 쇼핑몰 이번엔 가짜 '울 머플러'…소비자 우롱
유명 쇼핑몰들이 최근 가짜 캐시미어로 논란이 됐는데 이번엔 가짜 울(양털·WOOL) 제품을 팔다 적발됐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모습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무신사와 29CM, W컨셉(SSG 자회사), EQL(한섬) 등은 울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247서울의 합성섬유 제품을 울 머플러라며 최대 3년 가까이 판매했다.

이런 사실은 연합뉴스가 소비자 제보를 토대로 섬유산업에 관한 시험과 연구를 수행하는 공인 기관 카트리(KATRI) 시험연구원에 문제의 제품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확인됐다.

이들 쇼핑몰에서 판매된 '프티 하프 머플러(PETIT HALF MUFFLER)'는 레이온 50.2%, 폴리에스터 31.0%, 나일론 18.8% 등으로 구성됐다.

쇼핑몰 상품정보에 적힌 울 50%, 폴리에스터 50%의 혼용률 정보는 엉터리였다.

'247 버진 울 머플러'도 폴리에스터 67.6%, 레이온 32.4%로 나타나 역시 울은 없었다.

이 또한 '울 72%, 비스코스 28%'라는 상품 정보와 너무 동떨어졌다.

[OK!제보] 유명 쇼핑몰 이번엔 가짜 '울 머플러'…소비자 우롱
이번 가짜 울 제품도 소비자가 먼저 발견했다.

20대 여성 A씨가 '가짜 캐시미어 머플러'로 논란이 커지며 같은 브랜드에서 판매한 프티 하프 머플러도 품절 처리되자 의아함을 느끼고 문제를 파헤친 것이다.

A씨는 무신사에 여러 차례 제품의 '검사 결과'를 알려달라고 문의했다가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오자 연구기관을 직접 찾아 검사에 나섰다고 한다.

검사 결과 무신사의 답변은 거짓이었다.

무신사는 A씨가 제품의 성분 혼용률 검사 결과지를 보여주고 나서야 잘못을 인정했다.

이후 무신사는 환불 안내문을 게시하고, A씨에게 전화로 자세히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하고 A씨의 머플러 성분 검사 비용도 내주었다고 한다.

A씨는 "문제가 있는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검사로 찾아내 쇼핑몰에 알리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며 "이번 일을 계기로 무신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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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등 쇼핑몰들이 다시 가짜 울 파문을 일으킨 것은 가짜 캐시미어 논란 이후 입점 업체와의 관계를 우선시해 의심 가능한 모든 제품들을 조사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신사는 지난 11월 입점 업체들에 '캐시미어' 제품에 한해서 원단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토록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울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캐시미어와 울은 모두 산양·양의 털 등으로 만들어진 천연섬유다.

무신사는 "앞으로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해 캐시미어뿐 아니라 다른 여러 종류의 제품에 대해서도 검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방식은 이달 안으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A씨에게 거짓으로 답한 경위에는 "납품 업체에서 문제가 없다고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며 "해당 브랜드의 경우 동일 사안이 재발할 경우 퇴점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 3년 전 이미 무신사 후기에서 가짜 울 의문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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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와 247서울의 제품 혼용률 허위 기재는 이미 3년 전 수면 속에서 논란이 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247 버진 울 머플러'를 구매한 소비자는 무신사 후기에 '소비자 기만하는 택갈이(의류 도매상에 옷을 사 라벨만 교체하고 판매하는 행위) 제품 같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 후기와 함께 올린 사진에는 '울 72%, 비스코스 28%'라고 적힌 247서울의 라벨 옆에 100% 아크릴(ACRYLIC)이 적힌 것으로 보이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이들 업체가 소비자의 지적을 눈여겨 살펴봤다면 문제가 커지기 전에 바로잡을 수 있었던 대목이다.

그러나 이 제품은 무신사가 후기를 확인한 이후로도 수개월간 버젓이 판매됐다.

연합뉴스가 직접 의뢰한 이 제품의 혼용률 검사 결과는 폴리에스터 67.6%, 레이온 32.4% 등으로 구성됐다.

수년 전부터 이런 사실을 모르고 구입한 소비자들이 더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7서울의 대표는 원단 소재가 다른 것을 몰랐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중국(공장)에서 알려준 대로 혼용률을 기재했으며 소비자들을 기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알려진 제품 외에도 혼용률 오류가 있는 제품이 더 있다"고 밝혔다.

다른 허위 제품도 곧 무신사 등 제품이 판매된 쇼핑몰을 통해 알릴 예정이다.

쇼핑몰 관계자는 "현재 제도에서 입점 업체의 시험 성적서 확인은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요청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수천개의 업체의 모든 제품을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