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자동차노동조합(UAW)이 미국에 생산공장을 둔 무(無)노조 완성차 업체 13곳을 대상으로 노조 결성을 추진한다. 미국 현지 노조가 없는 현대자동차와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테슬라 등에도 노조가 출범할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UAW는 최근 완성차 업체 13곳의 노동자 15만 명을 대상으로 노조 결성을 추진하는 캠페인에 들어갔다. 현대차와 테슬라, 도요타, 혼다, 닛산, BMW, 메르세데스벤츠, 스바루, 폭스바겐, 마쓰다, 리비안, 루시드, 볼보 등이 대상이다.

UAW는 현대차와 BMW 등 외국계 자동차 공장 수십 곳이 있는 남부 지역과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테슬라를 주요 포섭 대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UAW는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 ‘빅3’에 조합원 14만5000명을 두고 있다.

업계에선 UAW가 미국 역사상 최초로 빅3를 상대로 46일간 벌인 동시 파업에서 대승을 거둔 만큼 노조 영향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대대적인 노조 결성 캠페인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수년 전만 해도 150만 명에 달한 UAW 조합원은 현재 빅3 조합원을 포함해 40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2028년 임금협상 테이블이 열릴 땐 빅3가 아니라 ‘빅5’, ‘빅6’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UAW는 지난달 말 4년에 걸쳐 임금을 25% 인상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신규 노동계약 협상안을 3사 사측과 잠정 타결했다. 잠정 타결안은 이후 UAW 조합원 동의 투표에서 가결됐고, 곧바로 조합원의 임금은 11% 올랐다. 이번 합의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의 공장 근로자에게도 적용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 미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파업 현장을 찾는 등 노조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UAW와 빅3 간 협상 타결은 외국계 비노조 사업장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도요타와 혼다는 내년 1월 미국 공장 노동자 임금을 각각 9%, 11%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앨라배마 공장 등 생산직 직원 4000여 명의 시급을 2028년까지 25%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 일환으로 현대차는 내년 1월부터 미국 노동자 임금을 14% 인상하기로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