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40% 이상 커질 전망이다.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이 올 4분기 30% 가까이 치솟는 등 반도체 가격이 뜀박질한 결과다. ‘눈덩이 적자’를 내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SK하이닉스의 내년 합산 흑자 폭이 2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메모리 호황…삼성·하이닉스 20조 흑자"
30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1297억6800만달러(약 168조7000억원)로 올해(896억100만달러)에 비해 44.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메모리 시장이 2021년 이후 3년 만에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WSTS는 메모리를 비롯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13.1% 늘어난 5883억6400만달러(약 764조8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반도체 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것은 제품 가격이 빠르게 올라간 결과다. 삼성전자 등은 올 4분기 대형 스마트폰 고객사에 공급하는 모바일 D램 가격을 25~28%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는 상승 폭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4분기 모바일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률을 13~18%로 내다봤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 회사들이 대형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할 때 거래되는 가격이다.

PC용 D램 가격도 모처럼 반등했다. 시장조사 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1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3.33% 오른 1.5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15.38% 오른 데 이어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메모리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든 것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가 올 들어 나란히 생산량을 감축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4월 감산을 공식화한 이후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128단 낸드플래시를 비롯해 구형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였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PC·스마트폰 고객사의 메모리 재고량도 감소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요가 폭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시장 회복을 뒷받침했다. HBM은 일반 D램보다 5~10배 비싼 제품이다. 가격이 비싼 만큼 실적 기여도도 높다.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매출에서 HBM 등 그래픽 D램 비중은 20%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도 회복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올해 영업손실은 13조~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손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조3849억원이다.

하지만 내년 메모리 시장이 회복되면서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업계는 내년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를 14조~15조원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조4566억원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