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꾼 유씨 진술, 핵심 쟁점으로…재판부 "신빙성 일괄배척 못 해"
이재명·정진상 재판서도 증언에 힘 실릴 듯
유동규 증언 인정한 법원…"감각적 경험 세밀하게 진술"
법원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뇌물 수수 사건에서 유동규씨의 증언을 상당 부분 사실로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30일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유죄로 본 혐의에 대한 유씨의 법정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유씨의 법정 증언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꼽혔다.

유씨가 당초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혐의를 일체 부인하다가 작년 9월 26일 돌연 태도를 바꿔 김 전 부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 등에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뒤바뀐 유씨 진술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이 인정되느냐에 따라 김 전 부원장의 유무죄도 뒤바뀔 수 있었다.

이에 김 전 부원장 측은 첫 공판부터 "검찰의 유일한 증거가 유동규의 진술"이라며 그의 증언 내용이 수 차례 바뀐 만큼 일괄해서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당시 유씨는 위례 개발사업 관련 비위 등으로 추가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선처를 기대하며 수사기관의 의도에 부합하게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있었고, 추가 구속 등 궁박한 처지를 이탈하기 위한 의도도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비난이 집중돼 배신감을 느껴 심경이 바뀌었다'는 유씨의 주장도 납득 불가능하진 않다"며 "이런 사정 때문에 유씨의 진술을 일괄해 배척할 순 없다"며 김 전 부원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이 유씨를 수 차례 비공식적으로 '면담'한 결과 진술이 왜곡됐다는 주장도 폈지만 재판부는 "수사 상황에서 기억 환기를 위해 수 차례 면담했다는 것으로 신빙성을 배척할 순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씨의 심경 변화 후 처음 실시된 작년 9월 26일 면담에 대해서는 심경 변화의 경위나 동기에 대한 구체적 수사보고서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 작성된 조서에 관해선 "변호인 조력권 등 절차 보장이 누락되지 않았고 관련자들의 자발적 의지로 진술·증거 제출이 이뤄졌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유동규 증언 인정한 법원…"감각적 경험 세밀하게 진술"
결국 유씨의 '심경변화' 이후 증언을 토대로 김 전 부원장의 범죄 사실별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따져 많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5∼7월 총 6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과 관련해 "유씨가 일부 일시 등을 부정확하게 진술하긴 했으나 1년 이상 지난 일에 관해 기억을 더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본질적 차이"라며 "주요 부분에 대해선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며 자금 전달 당시 감각적 경험에 대해 세밀하게 진술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빙성이 낮지 않다"고 판단했다.

2013년 4월 김 전 부원장이 유씨에게서 뇌물 7천만원을 전달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유씨는 김 전 부원장의 거주 아파트 동수 등 일부 부정확한 진술을 하긴 했으나 비본질적 부분"이라며 "교부 전후 경위나 교부 당시 상황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고 자연스럽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7천만원을 받은 후 1억 원을 더 받는 과정 등에 관해 유씨와 남씨 진술의 주요 부분이 대부분 일치하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선 알 수 없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2013년 설과 추석 무렵 김 전 부원장에게 1천만원씩 전달했다는 유씨의 증언에 대해선 "해당 명절 무렵에 돈을 준 것인지 특정할 수 없고 부정확해 신빙성이 낮다"며 "대략적인 일시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하고, 명절 즈음에 준 사실 자체를 명확히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유씨의 진술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기소되는 과정에서도 주요 근거가 됐다.

따라서 이들 재판에서도 유씨의 진술이 한층 힘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