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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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주가 질주하고 있다. 정부 정책 기대감과 금리인하 가능성이 맞물린 결과다. 최근 주도주의 부재도 로봇업종에 온기가 이어지는 이유로 분석된다. 이 와중에 로봇 소외주로 뜻밖에 기업이 거론됐다. 2년 전 미국 로봇 기업을 인수한 현대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의 전일 종가는 9만2900원이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5일부터 전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올라 이 기간 11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2조8132억원에서 6조218억원으로 4조원가량 불었다. 또다른 로봇주인 에스피지와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도 지난 11월에만 주가가 각각 29%, 26%, 18% 급등했다.

최근 로봇주의 급등세는 로봇 산업 성장 기대감 때문이로 풀이된다. 지난 17일부터 시행된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지능형 로봇법)'가 강세 흐름을 뒷받침한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속 성장주인 로봇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단 해석도 있다. 통상 실적이 나오지 않아 미래가치로 평가받는 성장주에 금리인상은 할인율을 높여 기업가치에 타격을 준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할인율을 낮춘단 점에서 더 높은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금리 기대감으로 인해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회복된 가운데, 로봇 테마가 상승했다"며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시행되면서 정부 정책 차원에서 지능형 로봇 상용화 기대감이 증대된 것 또한 상승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등장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봇개 스팟과 함께 등장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고공행진하는 로봇주 랠리 속 소외주로 현대차가 언급됐다. 현대차는 하반기 들어 11% 하락하는 등 역대급 실적 기록에도 주가가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로봇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2021년 보스톤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사족보행, 이족보행이 가능한 로봇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털 종목토론방에선 "두산로보틱스며 레인보우로보틱스 다 오르는데, 현대차 도대체 뭐 하는지 모르겠네. 보스톤다이내믹스 뭐하나요"란 주주들의 토로가 이어졌다.

보스톤다이내믹스는 아직 현대차 실적에 어떤 보탬도 되지 못하고 있다. 로봇주로 분류되기엔 매출 포트폴리오상 비중이 매우 작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차 전체 매출(121조원)에서 보스톤다이내믹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0'에 가깝다. 올 1분기엔 매출 218억원을 기록했지만, 2~3분기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쓰는 게 더 많아 매 분기 적자를 이어갔다.

현대차의 주가 부진은 로봇주 수혜에서 제외됐다기보다는 전기차 시장 둔화 전망에 따른 실적 피크아웃(정점통과) 우려 때문이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치로 33만대를 제시했지만, 지난 10월 기준 판매량이 23만대에 그쳐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관련 투자를 늘려왔던 상황에서 수요 증가세의 둔화는 투자 리스크가 커지는 결과가 될 수 있기에 최근 일부 완성차에서 투자 축소 등의 움직임이 포착된다"고 덧붙였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