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O 방식 수익형 민자사업의 태생적 한계…사업재구조화 논의 필요해"
국비 1조원 넘게 투입된 대중교통 '공공성' 고려 운임 인하 노력 요구돼

신분당선 전철은 왜 다른 노선 전철 요금보다 비쌀까.

이는 신분당선이 민자 노선인 데다가 현재 운영 중인 3개 구간별 사업자가 서로 다른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신분당선 문제없나] ③구간별 사업자 제각각…'비싼 요금' 원인 지목(끝)
◇ 1∼3단계 구간별 사업자 달라…요금 제각기 책정
신분당선은 BTO 방식의 민간투자 사업으로 건설됐다.

BTO란 건설(build), 이전(transfer), 운영(operate)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익형 민자사업을 말한다.

민간 사업자가 직접 시설을 만들어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에 소유권을 양도(기부채납)한 뒤 일정 기간 시설을 운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사업 시행은 2011년 개통한 강남~정자(1단계) 구간은 신분당선㈜, 2016년 개통한 정자~광교(2단계) 구간은 경기철도㈜, 지난해 5월 개통한 용산~강남(3단계·현재 신사까지 개통) 구간은 새서울철도㈜가 각각 맡았다.

[신분당선 문제없나] ③구간별 사업자 제각각…'비싼 요금' 원인 지목(끝)
이들 회사는 두산건설을 비롯한 여러 건설회사가 지분을 가진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구간별로 사업자가 모두 다른 셈인데, 이렇다 보니 단 한 정거장이라고 해도 구간을 넘어갈 경우 별도 운임이 부과되는 기형적인 구조인 것이다.

운영사는 네오트랜스㈜로, 사업 시행사들과는 또 다른 회사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운영사 측은 2011년 신분당선 개통 이후 2012년 2월, 2014년 8월, 2019년 4월, 지난해 5월, 그리고 지난달까지 총 5차례 운임을 올렸다.

앞서 신분당선은 운임 측정 당시, 최초 운임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산출키로 했다.

연도별 예상 운임액을 별도의 협약으로 정하지는 않은 채, 매년 각 구간 사업 시행사가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운임 조정 여부를 결정해 온 것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 5차례의 운임 조정이 이뤄진 것인데, 신분당선 개통 때 예상했던 수요보다 실수요가 적었던 탓에 예상했던 것보다 요금이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분당선의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기준 1단계 구간 396억원, 2단계 구간 328억원, 3단계 구간 153억원 등 800억원이 넘는다.

국토부는 "노인 무임 수송, 광역버스 확대, 최근 3년간의 코로나19로 인한 통행수요 감소 등으로 연도별 예측 수요대비 수송실적이 미달했다"고 밝혔다.

◇ 공적자금 1조원 이상 투입된 대중교통…요금 인하 노력 뒤따라야
그러나 신분당선 사업에 국비가 1조원 넘게 투입된 만큼, 민간 기업의 손익 계산만이 아닌 대중교통으로서의 공공성을 고려해 운임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분당선 총사업비는 1단계 구간 1조2천223억원, 2단계 구간 1조1천199억원, 3단계 구간 8천721억원 등 3조원이 넘는다.

이 중 국비, 철도공단 출연금, 지방비, 개발부담금 등의 공적 예산이 1단계 구간 7천212억원(전체의 59%), 2단계 구간 7천500억원(67%), 3단계 구간 2천140억원(25%) 등 1조 6천억원 이상 투입됐다.

[신분당선 문제없나] ③구간별 사업자 제각각…'비싼 요금' 원인 지목(끝)
최근 들어 이용객이 증가세로 전환하고, 올해 상반기 일부 구간에서 흑자가 나 재무 여건이 개선된 것도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싣는다.

신분당선 이용객 수는 1단계 구간 기준 2021년 하루 평균 15만7천여명에서 지난해 20만8천여명, 올해 상반기 25만9천여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당기순손익도 1단계 구간의 경우 올해 41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김 의원은 "민자사업이라고 해도 국민의 세금이 들어갔다는 면에서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최근 들어 재무 여건이 개선되고 있으니 요금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분당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도 공사와 경기교통공사의 선투자를 통한 민자사업 재구조화, 열차 증차를 통한 출근 시간 배차간격 줄이기, 청년패스·경기패스 등 대중교통 환급에 신분당선 확대 적용 방안 등을 구상할 수 있다"며 "경기 남부와 성남·분당 주민이 더 낮은 요금과 더 높은 편의성으로 신분당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오트랜스 관계자는 "신분당선은 1~3단계 사업 구간별로 3개의 사업시행자가 독립적인 민자사업 철도"라며 "지난해 말 기준 1단계 6천137억원, 2단계 3천152억원, 3단계 153억원 등 9천442억원의 누적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철도 운영상의 손실분을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 지원으로 보전받는 타 민자 노선(9호선 등)과 다르게 신분당선은 재정 지원이 없다"며 "막대한 누적 적자를 보면서 운임 인하를 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신분당선 문제없나] ③구간별 사업자 제각각…'비싼 요금' 원인 지목(끝)
민간투자 방식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사업 재구조화와 같은 근본적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박경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신분당선과 같이 BTO 방식으로 진행한 철도 관련 민자사업에서는 재정사업에 비해 비싼 요금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신분당선 사업시행자는 장기간 적자로 자본 잠식 위기까지 몰린 상황이어서 요금 인상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 운영 실패 사례로 지목된 공항철도는 코레일이 인수했고, 요금인상 논란이 있던 9호선은 대주주였던 맥쿼리 등이 철수하고 서울시가 운임 결정권을 갖게 된 바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주무관청의 적극적인 의지로 민간투자 사업자와 합의를 통해 수익률, 사용료 등 협약 내용을 전면 변경하는 사업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간별 시행사가 달라 요금이 비싼 문제가 생기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 시행자들이 자본잠식 상태이다.

이용자만 생각해 가격을 낮추라고 하기 어렵다"며 "가격 부담을 낮추는 방안 중 하나로 역사 내 상가 부지 활용, 지하철 광고 등을 이용한 부수입 등 사업들을 최대한 발굴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