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여론악화에 민간인 보호·정밀타격·단계적 작전 요청
"전술 바꿔라"…일시휴전 중 이스라엘 압박하는 미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일시 휴전의 연장과 추가적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팔레스타인 민간인 보호를 위한 이스라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내 전술을 바꾸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이 민간인 보호를 위해 정밀타격을 하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는데 백악관이 전권을 줬다는 비판을 미국은 반박한다"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모든 피란민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 가자지구 남부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 정부가 가자지구 주민의 대규모 피란을 지지하지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AP·로이터 통신 등 다른 외신도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재개할 경우 가자지구 남부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민간인 피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미국이 이스라엘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은 오는 30일 오전 7시까지 이틀 연장됐는데 이스라엘은 휴전이 끝나면 지상전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28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데이비드 바르니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이 카타르 도하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회담했다.

미국이 일시 휴전의 추가 연장을 위한 외교전에 공을 들이는 한편, 전투 재개 상황도 대비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민간인 보호를 위한 정밀공습, 단계적 작전 등을 구체적으로 촉구하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병원, 전기 및 하수도 시설 등 민간 기반 시설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의 표적이 되지 않는 점을 확실히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미 당국자들이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를 공격할 때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병원들을 겨냥하면서 민간인 피해를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또 미국은 지중해 연안 알마와시 지역의 좁은 '안전지대'로 가자지구의 많은 민간인을 이동시키려 한 이스라엘의 계획에 퇴짜를 놨다고 한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유엔 관리들은 이 안전지대가 너무 좁고 척박한 환경이라고 비판해왔다.

미국은 유엔 시설 인근 등에 민간인 피란처를 설정할 것을 이스라엘에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은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재개할 경우 단계적 작전을 진행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당국자들이 말했다.

가자지구에 붙잡힌 이스라엘 인질들의 추가 석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전술 바꿔라"…일시휴전 중 이스라엘 압박하는 미국
미국이 이스라엘의 전술 변경을 모색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인명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악화한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약 1만5천명이 숨졌고 이 중 어린이가 6천명 정도나 된다.

유엔은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가운데 최소 170만명이 집을 떠난 것으로 추산한다.

일시 휴전이 끝나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전투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자지구 북부의 지상을 대부분 장악한 이스라엘은 이달 중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동쪽 지역에 대피 전단을 살포하는 등 남부 진격을 예고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