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이어가는 연평도 주민들 "옛 포격 사건 떠올라 걱정"

[현장] 해안포 개방한 북한…연평도 '고요 속 긴장'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재무장에 나서면서 접경지인 서해 북단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29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북쪽 긴작시 해안에서는 지척에 있는 북한 땅이 안개 사이로 흐릿하게 보였다.

북한 개머리 해안이나 갈도는 짙은 해무 때문에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장재도는 어렴풋이나마 모습을 드러냈다.

연평도에서 불과 5∼12㎞ 떨어진 곳에 있는 북한 땅은 해안포와 방사포가 집중된 군사 요충지로 알려졌다.

이날 카메라 줌 렌즈로는 북한 장재도 해안가에서 포문 3개가 열린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3일 9·19 군사합의 파기 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 있는 갱도형 해안포의 포문을 열고 있다.

9.19 합의대로라면 서해 NLL 인근 해안포 포문은 거의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하지만, 최근 포문이 열린 북측 해안포는 10곳 이상으로 평소의 1∼2곳보다 많이 늘었다.

[현장] 해안포 개방한 북한…연평도 '고요 속 긴장'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움직임은 서해뿐 아니라 육지 비무장지대(DMZ)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9.19 합의에 따라 파괴했던 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 복원 작업을 합의 파기 다음날인 지난 24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군 당국 관계자는 "장병들의 안전과 군사 보안 관계상 구체적인 동향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군사적 압박이 점차 수위를 높여가면서 서해 북단 연평도 주민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커지는 분위기다.

주민들은 벼 수매 등 생업을 이어가면서도 혹여나 북한의 군사 도발이 재발할까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최경일 연평면 중부리 이장은 "북한은 군사합의를 아예 파기한다고 하고 해안포까지 열렸다고 하니 아무래도 뒤숭숭한 분위기"라며 "생활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상황이 언제 뒤바뀔지 모르니 다들 불안해하면서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신 그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자기 전에 불현듯 옛날 연평도 포격 사건이 떠오르기도 한다"며 "생업 때문에 바쁘다가도 문득문득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북한의 포 사격 등 아직 직접적인 도발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비상사태에 대비한 섬 대피소 점검도 매일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연평도에는 대피소 8곳과 건물 지하 등에 마련된 공공용 대피 시설 3곳이 있다.

이들 시설에는 캔 음식 등 비상식량, 모포, 방독면 등이 갖춰진 상황이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가 매일 아침 물품 구비 현황과 누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일주일에 1차례 비상 발전기 작동 상황도 파악하고 있다"며 "작년 10월부터 북한의 국지 도발이 계속돼 대피소 잠금장치는 풀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따른 대응조치로 9·19 군사합의 중 우리 군의 최전방 감시·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 조항 무효화를 선언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23일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회복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