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20배는 더 물려야?"… 환경세 현실의 '불편한 진실'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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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의 정신
윌리엄 D. 노드하우스 지음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488쪽│2만8000원
윌리엄 D. 노드하우스 지음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488쪽│2만8000원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의 <그린의 정신>은 환경경제학 관점에서 교통혼잡과 지구온난화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화학 기술부터 조세제도, 윤리, 금융 등까지 살펴본다.
환경경제학의 역사는 오래됐다. 1800년대 말 태동해 국가의 주요 자산인 숲을 보존하는데 주로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논의는 개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등으로 이어졌다. <침묵의 봄>은 화학약품을 둘러싼 사회적 딜레마를 다뤘다. 저자는 이들의 주장을 시장의 관점에서 보완해 ‘그린 경제학’을 제시했다. 팬데믹과 오염, 생태계 소실,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문제를 아우르면서다. 저자는 환경주의와 시장주의 어느 한쪽에도 일방적으로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사회의 법규와 규정, 가치 등을 바라볼 때는 주로 먼 미래를 바라본다. 지금 세대의 필요와 욕구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성의를 보이는 정도다.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오염에 대한 가격이 제대로 책정돼있지 않다” 정도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추가로 생산된 제품의 편익과 비용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현재 개인과 기업이 오염 등 부정적 외부효과에 지불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낮다”며 “그 비용은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내놓은 한가지 대안은 ‘그린세’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소비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세금을 매기자는 얘기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오존층을 파괴하는 아황산가스 등이 부과 대상이다. 오염물질에 높은 가격을 매기면서 소비자와 생산자, 투자자들이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옮겨갈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상적인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1당 40달러 정도다. 현재 주요국들의 평균 탄소세인 1 당 2달러에 비해 20배나 높다. 저자는 그린세에 ‘제값’을 매기기만 해도 환경 개선과 조세수입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는다. “그동안 기후 변화 정책이 탄소세 등을 통한 적극적인 가격 인상 조치를 요구한다는 진실을 외면해 왔다. 이제 그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할 때다.” 다른 방안도 있다. 긍정적 외부효과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백신 개발, 대체에너지 시설 확충 등 기업의 혁신에 따라 사회가 부가적으로 누리게 되는 이익을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그린 기업’들이 생산해내는 제품의 가치가 25~75% 정도 저평가돼있으며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제값을 치러주면 긍정적인 혁신을 늘릴 수 있다.
좋은 이야기가 다수 담겨있지만 책을 덮을 때쯤 허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망한 ‘그린 기술’로 언급된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이산화탄소를 모아 심해 등에 묻는 방식인데, 높은 비용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CCS가 눈에 띄는 기여를 할만한 수준에 이르려면 매년 이산화탄소 수백억을 제거해야 하지만, 연간 겨우 2500만을 없애는 상황”이라며 “어림잡아도 지금부터 지원금을 1000배가량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해 볼 만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돈이 한두푼 들겠나.
정부의 비용 부담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그린세를 부과해 물건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저소득층과 후진국이 받을 충격을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저자는 “늘어난 조세 수입을 나중에 저소득층에 재분배하면 된다”는 두루뭉슬한 답변만을 내놓는다. 추후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내용이 더해지길 바란다.
안시욱 기자
환경경제학의 역사는 오래됐다. 1800년대 말 태동해 국가의 주요 자산인 숲을 보존하는데 주로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논의는 개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등으로 이어졌다. <침묵의 봄>은 화학약품을 둘러싼 사회적 딜레마를 다뤘다. 저자는 이들의 주장을 시장의 관점에서 보완해 ‘그린 경제학’을 제시했다. 팬데믹과 오염, 생태계 소실,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문제를 아우르면서다. 저자는 환경주의와 시장주의 어느 한쪽에도 일방적으로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사회의 법규와 규정, 가치 등을 바라볼 때는 주로 먼 미래를 바라본다. 지금 세대의 필요와 욕구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성의를 보이는 정도다.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오염에 대한 가격이 제대로 책정돼있지 않다” 정도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추가로 생산된 제품의 편익과 비용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현재 개인과 기업이 오염 등 부정적 외부효과에 지불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낮다”며 “그 비용은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내놓은 한가지 대안은 ‘그린세’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소비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세금을 매기자는 얘기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오존층을 파괴하는 아황산가스 등이 부과 대상이다. 오염물질에 높은 가격을 매기면서 소비자와 생산자, 투자자들이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옮겨갈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상적인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1당 40달러 정도다. 현재 주요국들의 평균 탄소세인 1 당 2달러에 비해 20배나 높다. 저자는 그린세에 ‘제값’을 매기기만 해도 환경 개선과 조세수입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는다. “그동안 기후 변화 정책이 탄소세 등을 통한 적극적인 가격 인상 조치를 요구한다는 진실을 외면해 왔다. 이제 그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할 때다.” 다른 방안도 있다. 긍정적 외부효과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백신 개발, 대체에너지 시설 확충 등 기업의 혁신에 따라 사회가 부가적으로 누리게 되는 이익을 의미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그린 기업’들이 생산해내는 제품의 가치가 25~75% 정도 저평가돼있으며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제값을 치러주면 긍정적인 혁신을 늘릴 수 있다.
좋은 이야기가 다수 담겨있지만 책을 덮을 때쯤 허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유망한 ‘그린 기술’로 언급된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사례만 봐도 그렇다. 이산화탄소를 모아 심해 등에 묻는 방식인데, 높은 비용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CCS가 눈에 띄는 기여를 할만한 수준에 이르려면 매년 이산화탄소 수백억을 제거해야 하지만, 연간 겨우 2500만을 없애는 상황”이라며 “어림잡아도 지금부터 지원금을 1000배가량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해 볼 만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돈이 한두푼 들겠나.
정부의 비용 부담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그린세를 부과해 물건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저소득층과 후진국이 받을 충격을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저자는 “늘어난 조세 수입을 나중에 저소득층에 재분배하면 된다”는 두루뭉슬한 답변만을 내놓는다. 추후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내용이 더해지길 바란다.
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