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한국사 1타 강사 전한길씨. / 사진=전씨 유튜브 캡처
공무원 한국사 1타 강사 전한길씨. / 사진=전씨 유튜브 캡처
공무원 한국사 1타 강사 전한길씨가 공무원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시민들의 인식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작심 비판했다.

전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공무원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사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국민들이 공무원에 대해 적대적으로 생각하면 안 되고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인식 개선 필요성을 설명했다.

전씨는 민간 기업행을 택하는 고위 공직자들이 점점 많아진다고 짚으면서 그 이유는 요즘 공무원에게 '명예'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씨는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에 '삼성맨' 진대세 삼성전자 총괄사장을 임명한 것을 언급했다.

전씨는 "공직 사회에서 관료로 큰 사람이 아니라, 삼성전자 사장 하던 사람을 데리고 와서 장관을 시킨 건 엄청난 파격이었다. 참여정부가 정말 잘한 일이었다"며 "그리고 나서 그때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가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로 그게 필요하다. 이 사람(진대세 전 장관)은 돈이 없어서 장관으로 간 게 아니라, 명예 때문에 간 것"이라며 "그런데 요즘은 뭐가 잘못됐나. 대학교수 같은 분들도 국회의원, 장관 할 거면 안 한다고 한다. 공무원이나 관료에 대해 명예를 인정해줘야 하는데, 최근에는 인정 안 한다. 고위 공직자들이 삼성, 현대, LG 대기업으로 다 빠져버리면 우리나라 망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3.1% 임금인상, 7급 이하 저년차 공무원에 대한 추가 임금 인상, 직급보조비 2만원 인상, 정액급식비 1만원 인상 등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노동자대회에서 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3.1% 임금인상, 7급 이하 저년차 공무원에 대한 추가 임금 인상, 직급보조비 2만원 인상, 정액급식비 1만원 인상 등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하위 공직자에 대한 인식 역시 처참한 수준이라고 봤다. 그는 "평소 '개똥'으로 생각하는 소방, 경찰에게 '빨리 나 구해달라'고 하면 이들은'맨날 공무원 욕하더니 구해달라고?'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어느 경찰이 목숨을 걸고 싸우겠냐"며 "공무원에게 갑질하는 사람들, 관공서에 찾아가 '내가 낸 세금으로'라고 말을 시작하는 사람들 치고 제대로 세금 내는 사람 없다. 나처럼 연간 15억원을 세금으로 내는 사람은 한 번도 갑질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군인, 경찰, 소방, 교사, 국가직, 지방직 등 수많은 공무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언제나 공무원도 나와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씨의 발언을 들은 공무원들은 댓글을 통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이 나라가 도대체 어떻게 되려는지", "구구절절 맞는 말", "공무원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등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

전씨의 말처럼 고위 공직자 출신들의 민간 기업행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하는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 승인과 취업 가능 판정을 받은 퇴직공직자는 2021년 448명에서 2022년 498명으로 50명 늘었다. 올해 1~5월은 356명이 판정받아 민간 기업행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밥통'으로 불리던 9급 공무원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적은 보수, 수직적 조직 문화, 잦은 민원 등 높은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9급 일반직 공무원 1호봉 월급은 본봉(기본급) 기준으로 177만800원이다. 정액 급식비 14만원과 직급보조비 17만5000원을 합치면 월봉은 208만5800원(세전)으로, 올해 최저임금(201만580원)보다 7만원 정도 많은 셈이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창구.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창구.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22.8대 1이다. 1992년 19.2대 1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2011년 93.3대 1까지 치솟은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원자 수는 2022년 16만5524명 대비 4만3998명 줄어든 12만1526명에 그쳤다. "9급 공무원 할 바엔 아르바이트한다"는 둥 일부 시민들의 조롱으로 인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공무원 기피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5년 차 미만의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러시도 빨라지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22년 자발적으로 퇴사한 근무경력 5년 미만 공무원(국가직·지방직)은 1만3032명으로, 2019년 7548명보다 무려 72.6% 늘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빨리 때려치우고 대기업 생산직에 지원하자"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행정연구원이 현직 공무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문항에 45.2%가 긍정했다.

4년제 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해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27)씨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주변에서 돈도 적고 일도 힘든데 굳이 공무원 시험을 봐야 하냐고 한다. 평생 무시당하면서 살고 싶냐는 말까지 한다"며 "공무원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10년 전과는 너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시험을 위해 들이는 이 시간을 부정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