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동안 물가를 자극하며 고금리의 원흉이 됐던 유가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유가가 하락하면 물가는 물론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데요.

유가 전망 신재근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 기자, 유가가 하락한 배경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표면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먼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되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인데요. 중동 전쟁의 경우 단기적으로 유가를 자극할 핵심 변수 중 하나였습니다.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휴전이 30일까지 이어지는 등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전쟁 초기보다 완화된 모습입니다. 비록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원유 시장 참여자들은 안심하는 분위기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원래 현지시간 26일로 예정됐던 산유국들의 협의체 OPEC+ 회의가 30일로 미뤄졌기 때문입니다. 추가 감산을 놓고 사우디와 다른 국가들 간의 입장차가 큰 데 따른 것인데요. 사우디는 석유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추가 감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반대하면서 회의가 연기됐습니다.

그 결과 지난 9월 배럴당 95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현재 70달러 선 부근까지 내려왔습니다.

<앵커>

두 달 만에 유가가 30% 가까이 하락했는데, 앞으로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증권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강보합 흐름을 보이다가 내년 1~2분기 중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가가 단기적으로 강보합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근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최대 500억달러에 달하는 지분을 추가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입니다.

추가 상장을 추진하는 아람코 입장에선 기업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높게 평가받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렇기 위해선 유가가 지금처럼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우디가 이번 OPEC+ 회의를 앞두고 추가 감산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란 분석이 증권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추가 감산이 실제 이뤄진다 하더라도 내년은 원유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공급은 사우디를 제외한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달 내년 원유 수요가 올해보다 하루 100만 배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가 88만 배럴 증가로 낮췄습니다.

반면 산유국들이 내년까지 감산을 연장해도 세계 석유 시장이 내년 약간의 공급 과잉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내년 유가는 상승 압력보다 하락 압력이 더 클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앵커>

유가가 하락하게 되면 물가도 안정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금리도 하락할 수 있고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것 아닌가요?

<기자>

현재 시점에선 ‘유가가 하락하면 인플레이션 완화로 증시가 오를 것’이란 공식이 성립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단기적으론 주식시장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순 있어도 차츰 유가 하락을 경기 침체 징조로 여길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경기 침체 등 수요 부진으로 유가가 떨어진 거라면 주식시장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견조한 모습을 보여 왔던 미국의 경제 지표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시장의 시선이 서서히 경기 부진 우려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가 하락으로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화학과 운송, 금리 하락 국면에서 가치가 높아지는 성장주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가 더 떨어진다”…주목받는 화학·운송·바이오 [이슈N전략①]
신재근기자 jkluv@wowtv.co.kr
“유가 더 떨어진다”…주목받는 화학·운송·바이오 [이슈N전략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