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 회의에서 현안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 회의에서 현안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일몰 기한이 3년 연장됨에 따라 산업계는 물론 은행 등 금융권도 한숨 돌리게 됐다.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신용장 거래가 중단돼 자금줄이 막히고 수주계약도 해지돼 협력사들까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만 기촉법으로 워크아웃을 선택할 수 있으면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매번 일몰과 연장을 되풀이하는 대신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관련 법안의 상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크아웃 회생률 높아

기촉법은 위기에 몰린 기업이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채권단의 75%가 동의하면 채권단이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인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다. 채권단은 이후 채무 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다.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도 법정관리 대신 워크아웃을 통해 정상화에 성공했다.

워크아웃을 제외하면 기업이 살아날 방법은 법원에서 진행하는 회생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나 회생에 따른 ‘낙인효과’는 뚜렷하다. 협력업체는 물론 일반 상거래채권자 등과의 모든 채무가 동결되고 수주계약도 자동 해지된다. 기업 입장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워크아웃 성공률은 34.1%로 회생 절차(12.1%)에 비해 훨씬 높았다. 정상화에 걸리는 기간도 워크아웃이 3.5년으로 통상 10년 걸리는 회생보다 짧았다.

◆자율협약만으론 한계

기촉법이 지난달 15일 일몰되면서 산업계의 우려는 커졌다.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경기 여건이 악화하면서 한계 상황에 몰린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대법원에 따르면 8월까지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034건으로 작년 전체 신청 건수(1004건)를 이미 넘어섰다. 부산 중견 조선업체인 대선조선은 기촉법 일몰을 사흘 앞두고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산업계의 불안감이 커지자 지난달 31일 금융권이 자율협약인 ‘채권금융기관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처럼 75%의 동의가 있다면 구조조정을 진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계가 적지 않다는 시각이 많았다. 민간 차원의 약속에 불과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데다 출자제한 특례와 면책 특례 등 각종 특례도 배제됐다.

기촉법이 이날 국회 ‘첫 관문’을 넘었지만 다음달 9일 이전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생법원을 신설하는 등 기업 회생 업무를 강화하고 있는 법원행정처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해 왔다.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자의 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무위 회의에서도 여야는 금융위가 2025년 12월 31일까지 제도 개편 방향을 마련하도록 부대 의견을 달았다. 법원의 역할을 확대하는 개편 방안 등을 마련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경제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기촉법을 상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2018년 6월 기촉법이 일몰됐을 때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율협약을 가동한 바 있다. 일몰이 도래할 때마다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 맞닥뜨려 시간에 쫓겨 논의할 게 아니라 일단 연장한 뒤 시간을 두고 상시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