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여야가 ‘학교 포퓰리즘’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존 과학고와 별도로 다시 ‘과학영재고’를 만들고, 자신의 지역구에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법안 발의에 의원들이 앞다퉈 나섰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광주과학기술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해당 법률안은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부설 기관으로 인공지능(AI) 과학영재학교 설립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다. 대구, 울산의 과기원과 관련해서도 똑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AI를 주제로 한 별도의 영재고를 각 과기원 산하에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미 해당 지역에는 거의 동일한 목적으로 설립된 과학고가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세 차례 소위원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비슷한 우려를 쏟아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광주에 이미 과학영재학교가 있고, 전남과학고가 있는데 또 생기면 이만한 (학교를 다 채울 만한) 과학영재가 있을 수 있냐”고 우려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영재고와 과학고가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광주에 지역구를 둔 민형배 민주당 의원 등이 “(일단 법안을) 통과시키고 그다음에 부적합 의견 등을 반영하면 된다”고 강변하며 법안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의대 설치와 관련된 법안도 최근 두 달 사이에 나오고 있다. ‘취약한 지역 의료 인프라 보완’을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역구 챙기기’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15일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한경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최 의원은 해당 대학이 있는 경기 안성에서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을 발의하고 나흘 뒤 한경국립대에서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여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경기북부권 의대 설립을 위해 각각 다른 입법활동이 벌어졌다. 우선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 포천에 있는 대진대에 의대를 신설하는 국회 결의안을 9월에 제출했다. 대진대는 최 의원의 지역구에 있으며 모교이기도 하다. 이에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달 ‘경기북부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여기서 경기북부를 의정부·양주·포천·동두천·연천으로 한정한 최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경기 의정부에 출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에 가장 큰 업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명문학교 유치’라고 설명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지역구 활동을 하다 보면 가장 민원이 많은 주제가 학교 유치”라며 “특히 인구 유출이 심각한 지방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