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부터 뜬 하마스 훈련영상에 이 기습공격 전략 고스란히

하마스 등 가자지구 무장단체 4차례 '강력한 기둥' 대규모 합동훈련
이스라엘 당국 알았지만 "공격징후 아닌 통상적 행위로 오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3년 전부터 가자지구 내 다른 무장정파와 합동훈련을 실시하며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준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방송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하마스의 선전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들 무장정파가 2020년 12월부터 4차례에 걸친 합동훈련으로 지난달 7일 기습공격에 필요한 전술을 갈고 닦았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강력한 기둥'이라고 이름 붙인 이 합동훈련에는 하마스 외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10곳이 참여했다.

BBC는 영상 속 전투원들이 두른 머리띠 등에 나타난 각 단체의 엠블럼으로 이같이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5곳이 지난달 7일 기습공격에 가담했다며 기습 당시의 영상을 게시했다.

다른 세 곳은 성명으로 참가 사실을 밝혔다.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무자헤딘 여단, 알나세르 살라흐앗딘 여단 등 3곳은 인질을 끌고갔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등은 텔래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관련 영상을 공개해왔는데 거기에는 이들이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할 때 사용한 전술을 훈련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첫번째 '강력한 기둥' 훈련은 2020년 12월29일에 있었다.

하니예는 이 훈련이 가자지구 내 여러 무장정파 간의 "통합의 신호"이자 "영구적 준비 태세"를 반영했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 훈련 영상에서 전투원들은 로켓포 발사를 시작으로 이스라엘 국기가 걸린 모의 전차를 공격해 승무원들을 포로로 잡고 건물을 습격한다.

모두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급습했을 때 행한 전술들이다.

두번째 훈련은 그로부터 1년 후인 2021년 12월26일에 있었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최고 지휘관 중 하나인 아이만 노팔은 이 훈련이 "가자 인근 정착촌 해방을 위한 모의훈련"이라며 "적들에게 장벽과 공학적 조치가 보호책이 되지 못함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그의 공언대로 지난달 기습에서 이스라엘과의 국경에 있는 보안 울타리를 무력화하고 이스라엘 키부츠(집단농장)를 습격했다.

지난해 12월 28일에 있었던 세 번째 훈련 영상에도 전투원들이 전차를 공격하고 모의 군사기지 건물에 침투하는 모습이 담겼다.

전투원들은 또한 인질역에게 총을 겨누고 보안장벽을 파괴하는 훈련도 했다.

이때 훈련이 진행된 모의 군사기지는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 에레즈 통로에서 2.6㎞ 떨어진 곳에 설치됐다.

이스라엘군 감시탑에서는 1.6 ㎞, 장벽에서는 불과 800ｍ 거리에 있을 정도로 지척에 있었다.

BBC는 영상 속에 나타난 모의 기지 주변의 지리적 특징과 인근 지역 항공사진을 비교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러한 훈련장이 가자지구 전역 9곳에 14개가 설치돼 있다고 부연했다.

가장 최근 합동훈련은 지난 9월12일 진행됐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하기 25일 전이다.

무장 전투원들은 이 훈련에서 10월7일 공격에서 실행한 거의 모든 전술을 예행 연습했다.

영상 속 전투원들은 건물을 습격하고 마네킹 표적에 총격을 가했으며, 기습공격 당시 이용한 흰색 픽업트럭을 타고 다니는 모습이다.

잠수부들이 해변을 급습하는 모습 등이 영상에 담겼다.

이스라엘은 공격 당일 하마스의 상륙 시도를 격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련의 합동훈련에서 빠진 공격 전술은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한 침투와 울타리·장벽을 직접 철거하는 것 정도였다.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등 당국은 이러한 합동훈련을 알고는 있었다.

지난 4월에는 훈련장소 중 한 곳을 폭격하기도 했다.

기습공격 수 주일 전에는 가자지구와의 국경 인근 감시병들이 비정상적인 무인기 활동을 포착하고 하마스가 이스라엘군 관측소를 복제해 훈련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무시당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정보를 손에 쥐고도 핵심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 가자 사단 부사령관인 아미르 아비비는 "그들(하마스)이 훈련을 한다는 많은 첩보가 있었다.

영상은 공개로 올라왔고 훈련장소도 국경에서 불과 수백ｍ 떨어진 곳이었다"며 "하지만 군은 그들이 무엇을 위해 훈련하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럽 외교위원회의 중동 선임 분석가인 휴 로바트도 이스라엘이 합동훈련에 대해 알았지만 이를 "다가오는 대규모 공격의 징후로 보기보다는 통상적 활동으로 평가하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