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선발에 영어 수행 능력 평가…선행학습 조장
일부 사립초는 설립자·이사장 직계비속 우선 선발
부산교육청, 말 많고 탈 많은 사립초 입학전형 바로잡는다(종합)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사립초등학교 입학전형과 관련 부산시교육청이 칼을 빼 들었다.

사립초등학교는 코로나19 당시 등교 공백을 최소화하며 안정적으로 정규교육 과정을 운영해 코로나19 이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특혜 전형 등 불공정·불합리한 입학전형을 둘러싼 잡음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서부 2개교, 남부 1개교, 동래 3개교 등 사립초등학교 6개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A 사립초등학교에 대해서는 29일부터 이틀간 감사를 벌인다.

시교육청은 "사립초 신입생 모집 전형 변경은 학교장 자율결정 사항이지만 곳곳에서 불합리한 입학전형으로 인해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조처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교육청 사전 점검에 따르면 A 사립초의 경우 2023학년도부터 특별·일반으로 나눠 입학전형을 하면서 특별전형의 경우 1차 영어 자기소개 영상 평가, 2차 인터뷰 형식 영어 수행 능력 평가를 시행했다.

시교육청은 "입학 예정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 단계 이전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해 평가하는 것은 선행 학습, 특히 영어 사교육을 조장하는 행위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시정·변경 명령 후 불이행 시 교직원 징계 요구, 행정처분, 재정지원 삭감, 학급감축 등 엄중히 조치하겠다"라고 밝혔다.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에 배치되는 사례도 있다.

사립초 4곳은 2024학년도부터 우선선발 대상자를 먼저 선정한 뒤 잔여 정원만 일반대상자를 대상으로 선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시교육청은 전했다.

시교육청은 "특정 대상자를 우선선발하는 건 특혜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우선선발 대상자는 설립자·이사장 직계 비속, 교직원 자녀, 재학생 동생 등이었다.

한 사립초의 경우 정원 112명 중 45명을, 또 다른 사립초는 정원 112명 중 32명을 우선 선발이라는 명목으로 뽑았다.

정원 60명 중 16명을, 정원 60명 중 26명을 우선선발한 사례도 있었다.

우선선발 시행으로 일반전형 정원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사립초 일반전형은 최대 17.4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사립초에서 이같은 불합리·불공정 입학전형이 성행하는 것과 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성화중, 특목고, 자사고의 경우 초·중등교육법에서 교육감이 정한 기준과 절차를 따르도록 했지만 사립초 학생 선발 사항은 관할 교육청에 보고하거나 승인받지 않는 학교장 자율 결정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육 수요자 불만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전수 및 감사 과정에서 공교육·선행학습 특별법 등을 적용해 법령 위반 여부를 들여다본 뒤 이해 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12월 말까지 새로운 사립초 입학전형 안을 마련, 2025학년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윤수 시교육감은 "법령에 어긋나고 특혜 소지 논란이 있는 입학전형은 공정하고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에 전면 배치되는 행위"라며 "전수조사와 감사를 통해 이들 학교의 위반 사항을 확인하면 엄중히 조치해, 불합리한 전형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