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의장 맡아 탄소 절감 주도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안을 바탕으로 마련된 공급망 탄소배출 절감 방안에 지난 7월 서명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대표다. 이들은 협력사와 함께 2025년까지 폐기물·에너지 절감 방안과 자재·에너지 재사용 목표를 수립했다. 2030년까지 최소 80%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등의 목표를 이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해 주로 평가 대상이던 국내 기업이 직접 기준을 제시하고 전 세계 기업을 평가하면서 주목받은 사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국 왕실이 주도하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기구인 ‘지속가능한 시장 이니셔티브(SMI)’에서 헬스시스템 분야 공급망부문 의장을 맡고 있다. SMI는 전 세계 많은 기후변화 대응 조직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모든 산업계와 국제기구가 참여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가 배출하는 탄소의 70~80%가 1~3차 등 협력사로부터 나오는데, 공급망부문 의장은 이들의 탄소 배출에 대한 관리 기준을 만들고 이를 절감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 1900조원 규모 제약·바이오 시장을 주름잡는 미국과 유럽 기업의 공급망 탄소 절감 경영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끌게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SMI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제임스 최 부사장은 "제약·바이오업계는 전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ESG경영에 가장 선두에 선 산업군“이라며 “제약·바이오기업에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 공급망 의장사로 활동한다는 것은 어깨가 무거우면서도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SMI는 까다로운 평가를 거쳐 오직 기구로부터 초대받은 기업(조직)만 가입할 수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들도 심사에서 탈락해 가입에 실패한 이유다. 헬스 시스템 분야 가입사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최근 비만치료제 '위고비'로 유럽 시총 1위 기업이 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를 비롯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GSK, 프랑스 사노피, 독일 머크 등의 CEO와 세계 보건기구(WHO) 사무총장, 유엔아동기금(UNICEF) 총재 등도 가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전세계 14곳이 헬스 분야에서 가입해 소수정예로 운영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