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먹이 안키운 농가와 재계약한 익산시…원칙없는 생태지불제
전북 익산시가 철새 먹이를 재배하기로 한 농가의 계약 불이행을 확인하고도 다시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조금 지급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여서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24일 전북도 감사관실에 따르면 익산시는 겨울철 만경강 유역을 찾는 철새에게 먹이를 제공하기 위해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계약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주변 농가가 보리나 밀 등을 키우면 면적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금전적 보상이 뒤따르다 보니 농가는 재배 계약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고 행정기관은 현장 조사를 통해 작물을 잘 키우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계약을 어기면 당초 주기로 했던 보조금의 20∼50%를 감액하고, 다음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해뒀다.

익산시는 실제 현장 조사를 통해 2021년 춘포면 한 농가 등 41필지(13만9천172㎡)에서 계약과 다르게 보리와 밀을 재배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보조금은 응당 주지 않았는데, 이후 익산시는 이 중 24필지(8만2천881㎡)의 농가들과 이듬해 다시 사업 계약을 했다.

원래대로면 사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차기 계약 대상에서 배제했어야 할 농가들이었다.

예상대로 24필지 중 4필지는 이번에도 계약과 다르게 보리와 밀을 재배하지 않았다.

익산시는 나머지 20필지에 대해서만 계약이행을 확인하고 보조금 수백만원을 지급했다.

겨울 철새 먹이 제공과 생태계 보전이라는 당초 사업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원칙없이 관행대로 계약해 빈 벌판을 다시 마주한 셈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앞으로는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을 불이행한 농가의 사업 참여를 제한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 감사관실은 업무를 소홀히 한 익산시에 '주의' 처분을 내리고 향후 현장 점검과 계약 이행 여부 확인을 더 꼼꼼히 하라고 주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