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제정·복지부 협의 없이 예산부터 편성…"들러리냐" 시군 반발도

경기도가 기회소득 등 김동연 지사의 역점사업을 추진하며 조례 제정, 보건복지부 협의 등의 사전 절차 없이 예산부터 편성해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복지부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가 시군에는 통보식으로 사업비 분담을 요구해 반발도 사고 있다.

경기도, 기회소득 등 역점사업 밀어붙이기…의회 심의 난항 예고
23일 도에 따르면 내년도 본예산안에 체육인 기회소득과 농어민 기회소득을 각각 59억원, 40억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체육인 기회소득의 경우 19세 이상으로 중위소득 120% 이하인 도내 전체 전문선수(대한체육회·대한장애인체육회 등록 현역선수와 은퇴선수) 7천860명에게 내년에 15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농어민 기회소득은 청년 농어민, 귀농어민, 친환경과 동물복지 등에 종사하는 농어민 등을 대상으로 연간 180만원을 지급하는데, 내년에는 일단 10~12월 3개월치 45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민기본소득을 지원하는 24개 시군의 1만7천여명이 대상이다.

체육인·농어민 기회소득은 모두 신규 복지사업으로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도는 아직 협의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

또 지원 근거를 위한 조례 제정안 또는 개정안도 도의회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기회소득 담당 부서 관계자는 "도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 직전 '윗선'에서 기회소득예산을 편성하도록 했다"며 "다음 달 보건복지부 협의를 시작하고 내년 2월 임시회에 관련 조례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체육인·농어민 기회소득은 올해 처음 도입한 예술인·장애인 기회소득의 연장선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겠다는 취지다.

도는 무사고 배달노동자에게도 기회소득 120만원을 지급하려 했지만, 지난 7월복지부가 '사업 타당성이 낮다'며 제동을 건 바 있어 체육인·농어민 기회소득에 대한 복지부 동의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체육인·농어민 기회소득 모두 시군과 50%씩 사업비를 분담하는데, 체육인 기회소득의 경우 아직 시군에 협조공문도 보내지 않았다.

장애인 기회소득은 대상인 24개 시군 가운데 6개 시군에서 재정 여건 등을 이유로 유보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맞벌이·다자녀 가구 등의 아동을 돌보는 친인척이나 이웃에게 가족돌봄수당을 지급하기로 하고 도비 64억8천300만원을 내년도 본예산안에 편성했는데 이웃의 범위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가족돌봄수당도 시군과 절반씩 사업비를 분담한다.

이와 관련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경기도 사업에 시군이 들러리를 서는 꼴인데 도와의 관계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응하는 시군이 많다"며 "올해는 11월이 돼서야 시군에 분담을 요구해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도의회 국민의힘 이애형 수석대변인은 "도지사 역점사업이라는 이유로 조례 제정과 보건복지부 협의 없이 예산안부터 제출했고, 일부는 관련 용역도 마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사업 타당성을 철저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