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연구 노트' 이재난고,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
전북 고창군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재 황윤석이 평생에 걸쳐 기록한 백과전서 '이재난고'(頤齋亂藁)가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과학기술사 분야에 등록됐다고 23일 밝혔다.

이재난고는 성리학자이자 실학자인 이재가 조선 영·정조대 전라도 흥덕현(현 고창군 성내면)에서 태어나 열 살 때부터 작고하기 전까지 53년간 쓴 방대한 일기류 기록이다.

책마다 '난고'라는 표제가 달렸는데, 조선의 온천·구리의 분류와 배합 비율의 변화·식물의 명칭 등 수학·천문학·지리학·역사학·기술사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연구와 결과가 정리돼있어 실학자의 연구 노트로도 볼 수 있다.

이재난고는 다산 정약용의 기록물보다 100년 정도 앞서며 후대 실학자 대부분이 외국 자료를 인용했던 것과 달리 당시 조선의 생활상을 상세히 파악해 기록해둔 점에서 연구 가치가 높다고 고창군은 설명했다.

특히 이재난고에는 자명종의 기어비(서로 맞물리는 두 개의 기어에서 큰 기어 톱니 수를 작은 기어 톱니 수로 나눈 값)나 작동원리가 방대한 도표로 기록돼 있었는데, 이는 최근 국립중앙과학원에서 홍대용의 혼천시계를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이재난고가 이름을 올린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는 역사적·교육적 가치가 높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현재 42건이 등록돼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고창군은 그동안 이재난고를 보존하고 학술 가치를 규명하기 위해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번역사업을 지원해왔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역사 문화자원을 발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