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용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전용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내년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간 극심했던 '카플레이션(car+inflation·자동차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주춤하고 신차 가격 인상폭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미 자동차 데이터 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전기차 신차 평균 가격은 5만683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6만5000달러)보다 22% 내렸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재고가 쌓이면서 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데이터 회사 클라우드시어리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딜러의 평균 전기차 재고량은 연초 36일치에서 지난 9월엔 80일치로 급증했다. 그만큼 전기차 신차가 안 팔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에서도 전기차는 물론 올 하반기 출시된 내연기관 차량들까지 가격 인하에 나섰다.

현대차가 지난 9월 내놓은 아이오닉6 연식 변경(2024 아이오닉6) 모델 중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플러스 트림은 이전 모델 대비 70만원 저렴해졌다. 나머지 트림들은 가격을 동결했지만 추가 금액을 냈던 일부 옵션 사항들을 연식변경 모델에선 기본 장착해 사실상 가격 인하 효과를 냈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연식변경(2024 토레스) 모델 가격을 최대 55만원 낮췄다. 토레스 연식변경 모델은 이전 모델 대비 소비자 지적 사항을 개선하고 상품성을 높였지만 가격은 내렸다.

르노코리아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연식변경(QM6 2024년형) 모델을 트림에 따라 41만~200만원 인하해 출시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도 지난 9월 지프 랭글러, 그랜드체로키, 글래디에이터 등의 가격을 520만~940만원 내렸다.

폴스타코리아의 경우 최근 나온 폴스타2 연식변경 모델 가격을 100만원 인상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풀체인지급 변경으로 큰 폭의 가격 인상이 예상됐던 모델인데 전력 효율성 개선으로 보조금이 증액돼 실제 인상폭은 60만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국내외 완성차 업계는 차량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도 수백만원씩 인상했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소비자들의 새 승용차 평균 취득가액은 3130만원이었는데 2019년 3291만원, 2020년 3622만원, 2021년 4040만원으로 높아지더니 지난해에는 4369만원으로 4년새 39.5% 뛰었다.

현대차·기아의 대당 평균판매가격은 지난 3분기 기준 3306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5% 올랐다.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1분기부터 매분기 평균 15.5% 수준으로 대당 평균판매가격이 오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인상, 차 반도체 부품난 등이 신차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됐다"며 "내년에는 제조사들이 일부 모델에서 신차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소비자 입장에선 합리적 가격대의 차를 더 주목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내년에는 부분변경이 이뤄지는 차량들을 제외하면 '소형차'·'친환경차' 등 경제성이 부각되는 차량 중심으로 신차 라인업을 꾸리고 있다.

기아는 내년 2분기 중으로 소형 전기 SUV인 'EV3'를 선보인다. 현대차는 경차 캐스퍼의 전동화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내놓을 예정이다. 르노코리아는 중국 지리차와 협력해 하이브리드 중형 SUV 신차를 준비 중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