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미국 금리 알고 싶으면 고용 지표를 따져보라
[마켓칼럼] 미국 금리 알고 싶으면 고용 지표를 따져보라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마켓칼럼] 미국 금리 알고 싶으면 고용 지표를 따져보라
마켓리더의 시각
이건민 BN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지난 11월 8일 할리우드 배우, 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118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넷플릭스, 디즈니 등 제작자연맹(AMPTP)과의 3년짜리 새로운 계약에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파업의 영향으로 데드풀3, 글래디에이터2, 미션 임파셔블 파트2 등의 개봉일이 뒤로 조정되긴 했지만 확정되었다.

이보다 앞선 10월 말에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포드, 스텔란티스, GM과의 파업도 6주만에 종료되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4년간 임금 25% 이상 인상, 향후 물가 급등시 생활비 보장 등을 받았으며 무노조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 혼다, 현대차의 임금도 덩달아 인상되었다.


11월 3일 발표된 10월 비농업 취업자수(미국기준)는 전월대비 15만명 증가하며 컨센서스인 17만명을 하회하였다. 할리우드 파업의 영향을 받은 영상/녹음, 방송/컨텐츠 취업자가 여전히 감소세였고 UAW 파업은 해당 지표의 집계기간 동안 지속되면서 제조업 고용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이렇게 파업 이후 협상이 이루어지면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국 신규채용의 감소나 희망퇴직의 증가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스텔란티스는 UAW 파업 종료 2주 뒤 비노조직원 중 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 작년 10월과 올 4월에 이어 약 1년동안 벌써 3번째 희망퇴직 시행인 셈이다.

미국은 소비의 국가이다. 때문에 노동소득(고용 x 임금)이 중요하게 인식되며 연준 의사결정의 주요 변수가 바로 노동시장이다. 민간 소비는 미국 경제에서 약 60%를 차지하는데 고용 둔화 시 소득 감소에 따라 소비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많은 고용 데이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서 발표되는 고용동향이다. 비농업취업자수, 실업률, 시간당 임금, 경제활동참가율 등 다양하고 세부적인 데이터가 수록되며 매월 첫째주 금요일에 발표된다.

최근에 다시 나타난 특징은 서비스 인플레이션의 선행/동행 지표로써 임금 상승률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률은 통상 임금 상승률의 선행지표로 코로나19 이전에는 약 8개월 선행했었다. 이 지표들의 특이사항은 통계 수집 기간이 매월 12일이 포함된 주간이어서10월 고용동향은 사실상 10월 둘째 주의 고용현황을 나타낸 것으로 봐야 한다. 때문에 UAW 파업은 10월 말에 끝났기 때문에 10월 데이터 상 고용 감소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 외 고용지표들은 이러한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동향을 먼저 파악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먼저 ADP민간고용은 ADP(Automatic Data Process)라는 사설 기관에서 정부를 제외한 민간 취업자수를 발표하고 있다. 35만개의 비농업 민간 부문 회사를 표본으로 하는 자체 샘플이며, 초반에는 잘 맞지 않았으나 비농업 고용이 revision 되면서 결국 ADP 숫자에 수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당 지표는 매월 첫째주 수요일에 발표되어 노동통계국 지표들보다 2일 먼저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ISM제조업, 비제조업 고용지수는 ISM제조업, 비제조업 지수의 세부지표로 해당 산업 고용이 얼마나 많이 늘고 줄었는지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JOLTs(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보고서는 고용동향에서 알 수 없는 구인건수 (잠재 노동수요), 사직률 (임금 상승률의 선행지표)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특히 구인건수와 구직건수의 차이는 노동시장의 수급 균형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발표일은 기준 월 이후 5~6주 뒤에 늦게 발표되어 실물 고용흐름과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미국 초과 노동수요 환경에서 수요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구인건수를 많이 활용한다.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당해 주간(week)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실업수당을 청구했는지 나타내는 지표이다. 매주 목요일 미 동부시간 기준 오전 8시 30분에 발표된다. 사실 이보다는 실업률의 동향을 파악하려면,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 (Continuous claims)를 보는 것이 맞다. 실업수당을 계속 받고 있는 사람들의 수를 의미하기에 수당으로 커버되는 실업자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타 노동시장에 관련된 지표로 Atlanta Fed Wage Growth Tracker가 있다. 미국 고용동향에서 집계되는 시간당 임금은 취업자수의 증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저임금 취업자가 많이 늘어날 수록 임금상승률이 둔화되는 효과가 있어 해당 통계 금액은 약간 왜곡될 수 있다.

반면 애틀랜타 연은의 Wage Growth Tracker는 동일인에게 자신의 임금수준을 반복적으로 물어봐서 취합한 데이터라 취업자수 증감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임금 자체는 발표되지 않고 상승률만 발표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Employment Cost Index는 분기별로 집계되어 적시성은 떨어지지만, 여기서 말하는 노동비용은 실제 임금 (Wages)과 사업주 측의 간접부담 (Benefits) 등을 함께 포함하여 실제 노동자 구매력 측정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Atlanta Fed Wage Growth Tracker 처럼 산업별 취업자수 증감의 영향도 없어 연준이 임금 언급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이다.

최근들어 주식 시장의 방향성과 운용 전략 스타일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고용지표는 금리와의 민감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10월 초 발표되었던 8월 구인건수는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며 금리가 16년래 최고치를 경신했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발표된 9월 ADP민간고용은 2021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금리 하락을 야기했다.

결국 고용지표도 경기방향성이나 물가,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가를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시기마다 중요하게 보는 지표도 다르다. 한 달짜리 지표 반등으로 큰 의미를 찾기 보다는 전체적인 고용지표 흐름에서 특징적인 점을 찾아야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인 점은 고용시장의 구조적 안정화가 관찰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