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 가능해?"…'반값' 소가죽 부츠 내놓자 벌어진 일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소가죽 염가에 소싱...원가 20% 낮춰

소가죽은 내구성이 좋고 유행을 타지 않아 신발 재료 중에서도 고급으로 꼽힌다. 이런 소가죽을 사용한 롱부츠가 타사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출시된 만큼 소비자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초도물량이 동난 후 생산된 2차 물량도 지난 주말새 절반 넘게 소진됐고, 현재 재주문에 들어간 상태다. 기세를 몰아 다음달에는 남성 고객을 공략한 가죽 클래식 로퍼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진짜 소가죽으로 제작됐고, KC인증까지 받은 제품"이라며 "품질만 놓고 보면 백화점 제화 브랜드나 해외 유명 브랜드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값 가죽 부츠가 가능했던 건 주요 원자재인 소가죽을 저렴한 가격에 확보했기 때문이다. 슈펜의 MD들은 전세계 30곳이 넘는 가죽 공급사를 찾아다니며 정상가보다 30% 싸게 가죽을 구매했다.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재료인 가죽에서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롱부츠의 경우 원가를 20% 이상 낮추는 효과를 냈다. 중간 벤더사를 끼지 않고 가죽 소싱에서부터 제품 생산까지 한번에 가능한 협력업체를 발굴해 유통비용을 줄인 것도 가격 인하 비결 중 하나다.
○스웨트셔츠 가격도 1만원 밑

NC베이직도 원단에서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43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단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국내외 공장을 찾아 시장가의 절반 이하 수준에 원단을 매입했다. 상품 디자인을 마친 후 그에 맞는 원단을 찾는 기존 브랜드들과 달리, 먼저 원단을 수급한 후 그에 맞춰 제품의 디자인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생산 과정을 효율화했다.


의류 소비에 있어서 가격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있는 만큼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자재를 수급할 수 있는지가 패션기업의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비롯한 원자재와 물류비, 인건비 등의 변동성이 점차 커지면서 외부요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되는 추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원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자재 공급처와 생산처를 확보하고 있는 게 관건"이라며 "패션사들이 오랜 경험을 가진 소싱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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