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어획량 매년 감소…정어리 떼 등장과 고수온 영향 등 추정
남해안 멸치 실종에 죽방렴마저 위태…"해양 환경 변화 심각"
경남 남해안에서 멸치가 사라지고 있다.

정어리 떼와 고수온 등 영향으로 지역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경남 지역 멸치 어획량은 2020년 12만4천249t에서 2021년 8만7천93t으로 20.9%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7만702t으로 전년 대비 18.8% 감소했으며 올해 역시 지난 9월 기준 5만5천162t에 그친다.

남해안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 어업도 자연히 타격을 받는다.

죽방렴은 물살이 드나드는 좁은 바다 물목에 대나무 발그물을 그물로 세워 물고기를 잡는 V자 모양의 구조물이다.

물살과 물때를 이용해 고기가 쉽게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잡는 '죽방렴 멸치'는 최고로 인정받는다.

그물로 잡는 방식과 달리 어획 과정에서 비늘과 살이 상하지 않아 맛과 상품성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어획량 자체가 줄면서 어민들도 울상이다.

남해에서 26년째 죽방멸치를 잡고 있는 박대규 죽방렴자율관리공동체위원장은 "지난 6월부터는 아예 멸치 구경을 못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죽방렴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남해안 멸치 실종에 죽방렴마저 위태…"해양 환경 변화 심각"
올해 멸치가 급감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박 위원장은 올해 특히 상황이 심각한 이유로 정어리를 꼽는다.

남해안으로 이동해 온 정어리가 어린 멸치들을 다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반찬용 멸치(세멸·자멸) 싹이 마르니 자연히 중멸과 대멸 등 큰 멸치도 급감했다.

박 위원장은 "정어리 떼는 어민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보니 올해는 반포기 상태"라며 "생태계 교란이나 다름없다.

다행히 멸치 개체수는 예년과 큰 변화가 없어 내년에 정어리가 사라지면 다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는 고수온과 해양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올해 태풍과 집중 호우 등으로 조업을 못 나간 일수가 늘어난 데다 수온이 다소 올라 멸치 생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남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멸치 같은 소형 어류는 해양 환경 변화에 민감한데 올해 남해 연안 온도가 평년보다 1.5도에서 2.5도 정도 높았다"며 "이에 따라 어린 물고기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사망률이 늘어났고 크기가 큰 멸치 어획량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요인을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있으며 선별을 거쳐 효율적인 전망을 통해 어민들 어업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