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진단 기업 씨젠이 호흡기 및 소화기 등 비(非) 코로나19(Non-Covid) 진단제품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실적 반등에 나선다. 코로나19 진단 수요 감소에 따라 올해 실적 하락세는 지난해보다 더욱 두드러지겠지만, 비코로나 진단제품의 성장으로 팬데믹 이전보다는 뛰어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20일 씨젠에 따르면 회사의 비코로나 진단제품 매출은 2021년 1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진단제품 매출이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1년 1분기 259억원이었던 비코로나 제품 매출은 꾸준히 늘어 올 3분기에 123% 증가한 579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전체 매출 919억원의 63%에 달한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지만, 비코로나 제품 매출은 같은 기간 36% 늘었다. 4분기 연속 30%대 성장을 이어갔다.

비코로나 제품 중에서는 호흡기 세균(PB) 진단제품과 소화기(GI) 종합진단 제품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PB 진단제품은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와 함께 동시에 수행되는 검사의 수요가 늘면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 성장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GI 종합진단 제품 매출은 배양, 현미경 등 전통적인 검사법에서 신드로믹 분자진단 검사로의 전환이 이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자궁경부암(인유두종바이러스, HPV) 진단제품은 ‘올플렉스(Allplex)’ 제품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고, 자궁경부암 선별검사 적합성이 인정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53% 성장했다. 호흡기 바이러스(RV) 진단제품 매출은 15% 늘었다.

이처럼 비코로나 제품군의 선전으로 올해는 코로나 진단제품의 수요 감소에도 연간으로는 펜데믹 이전인 2019년(1220억원)보다 월등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씨젠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2668억원의 매출을 냈다.

수출 실적도 반등하고 있다. 관세청 주요 의료기기 수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송파구 지역의 유전자증폭(PCR) 진단시약 수출액은 1307만 달러였다. 지난 5월부터 감소하던 월 수출액은 9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국내외 매출 비중도 변화하고 있다. 2020년 펜데믹 당시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국내 매출 비중은 올 3분기 기준 16%로 감소했다. 반면 유럽 매출 비중은 지난 3분기에 52%를 기록해, 2022년 28% 대비 24%포인트 증가했다.

씨젠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세계 곳곳에 공급한 장비가 늘었고, PCR 검사 정확성과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며 코로나 이외의 제품 판매량도 증가했다”며 “코로나 매출 감소 리스크에서 벗어나 비코로나 제품의 지속 성장을 통해 회사의 전체 매출 성장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씨젠은 분기당 코로나 진단 매출을 60억~100억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비코로나 사업을 중심으로 진단 산업을 지속 확장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공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의 대표 국민기업과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으로, 올해 이스라엘의 하이랩, 스페인의 웨펜과 사업협약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각 현지 법인에 씨젠의 신드로믹(다중진단) 정량 PCR 기술을 공유해 현지에서 진단시약을 개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며 “사람과 동·식물을 포함한 전 분야에 걸친 현지 진단제품을 개발함으로써 PCR 분자진단의 대중화를 통해 ‘질병 없는 세상’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기술공유사업의 일환으로 스프링거 네이처와 진행하고 있는 ‘P15 시약개발 글로벌 공모 프로젝트’에는 46개 국가에서 약 300건의 임상과제 지원서가 접수됐다. 이 프로젝트는 신드로믹 정량 PCR 진단시약 15종 개발을 위해 진행된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0일 16시57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