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신인”이라는 말은 진부하다. 그러나 올해 데뷔 작가 중 김희재는 분명 많은 한국 문학 편집자들에게 눈에 띄는 신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도빨’ 좋은 자리를 예약판매하는 사업이라니… 김희재 첫 소설 <탱크>
이 소설은 28회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지방 야산의 ‘탱크’라 불리는 컨테이너인데, 잠재의식 탱크라는 뜻을 가진 이곳에서 기도하면 기적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탱크 커뮤니티’를 통해 기도할 사람들에게 시간제 예약을 받아 운영된다.

탱크를 찾는 이들은 앞으로 한 발을 떼기 어려운 상황에서 믿음에 매달리는 사람들. 일견 공허하면서도 한편으로 그만큼 절박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마음이 아주 섬세하게 그려져서, 자극적인 사이비종교 서사에서 벗어나 인간의 고독과 우울을 잔잔하게 지켜본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이야기에서 특히 두 관계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하나는 이부자매인 황영경과 손부경이다. 언니인 황영경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재혼으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살아온 사람으로, 미국에서 탱크의 창시자인 루벤과 만남을 계기로 한국에서 탱크 사업을 시작한다.

그녀의 동생 손부경은 자신을 ‘공주’라고 부르며 애지중지하던 엄마가 죽고 여러 차례 교사 시험에 실패한 뒤 오랫동안 동경해온 언니가 제안한 사업의 실무를 맡는다. 탱크를 찾는 이들은 나날이 늘어 사업은 번창해가지만, 어느 날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고 그 안에서 시신이 발견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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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는 둡둡과 양우다. 의지할 곳 없이 육체노동으로 고단하고 외롭게 살아온 양우는 OTT 플랫폼의 단체 관람 채팅방에서 만난 둡둡과 조심스럽게 연인이 된다. 하지만 둡둡은 커밍아웃 후 믿었던 이들의 외면으로 고통받고, 탱크에서의 기도에 기대게 된다.

이 책은 서로를 아끼면서도 왜곡된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서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지속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낭만적이지 않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을 그려내지만 청년 세대로 함부로 묶지 않고 그 안의 다름을 바라보며 대상화하지 않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올해 소설을 읽으며 김희재의 내년이, 내후년이 궁금했다. 그는 분명 놀라운 신인이 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