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국면이 이어지면서 한때 제로(0) 수준이던 예·적금 금리가 연 4~5%로 높아졌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의도치 않게 연 2000만원 이상의 이자·배당소득을 얻은 이들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면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최대 49.5%(지방세 포함)의 종합소득세 ‘폭탄’을 맞을 수 있어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 예·적금의 만기 분산과 전략적인 사전 증여를 통해 세금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종합과세 폭탄 피하려면…예·적금 만기일부터 분산하세요

이자·배당소득 2000만원 넘는지 확인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개인별 금융소득(이자·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2000만원 이하 금액은 15.4%(지방소득세 포함) 세율로 분리과세되지만 초과분은 다른 소득과 합산해 6.6~49.5%의 소득세율을 적용해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 연 0.5%이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 연 3.5%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면서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대 초·중반으로 높아졌다. 작년 말엔 예금금리가 연 5%대에 올라서기도 했다.

작년 말 1년 만기 연 5% 이자율로 4억원 이상을 예금했다면 이자만으로도 2000만원을 넘기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된다. 과세 대상이 아니면 이자소득에 대해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면 된다. 연봉 1억원(과세표준) 직장인이 연 3000만원의 이자소득이 있으면 2000만원은 15.4%의 세율로, 나머지 1000만원은 소득 1억원과 합산해 38.5%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초과분 1000만원에 붙는 세금은 385만원으로, 2000만원에 해당하는 세금 308만원보다 많다.

비과세 상품 챙기고 만기 분산

금융소득종합과세 절세를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실현 시기를 분산하는 것이다. 당해의 예상 금융소득을 계산해 2000만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예·적금 상품 만기를 분산하는 것이다.

4억원을 굴리는 연봉 1억원 직장인은 만기가 긴 정기예금에 가입하기보단 1년 만기 정기예금으로 수익 실현 시점을 분산하는 게 절세에 유리하다. 1년 만기일 경우 이자 수익은 매년 2000만원으로, 세금은 연 308만원씩 3년간 총 924만원이 된다. 이에 비해 3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면 만기 해에 6000만원의 이자소득이 생기며 그해 내야 할 세금은 1848만원에 달한다. 2000만원에 대한 세금 308만원에 초과분 4000만원에 38.5%의 종합소득세율이 적용돼 1540만원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3년간 얻은 이자소득은 6000만원으로 동일한데 세금은 두 배를 내야 하는 셈이다.

배우자나 자녀 등에게 사전 증여해 소득 주체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금융 상품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증여 시점에는 증여재산공제(성년 5000만원, 미성년자 2000만원)를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만 증여세가 발생한다. 배우자는 공제 규모가 6억원에 달한다. 고소득자는 최대 49.5%의 종합소득세를 내야 할 것을 증여를 하면 15.4%의 이자소득세만 내도 될 수 있다. 증여 후 10년이 지나면 증여 합산 금액에서 제외돼 상속·증여세 또한 줄일 수 있다.

비과세 등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절세형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투자 기간 발생한 ISA 내 금융소득과 투자손실을 상계한 후 200만원(서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 초과 소득은 9.9%로 분리과세한다.

65세 이상이나 취약계층은 5000만원 이내 저축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만기일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비과세종합저축에 가입할 수 있다. 장기저축성 보험은 이자를 수령하는 시점에 이자소득세를 내므로 과세를 이연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