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은평구에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 개소…가정과 비슷·사회활동 지원
이용절차 '매우만족' 92%…보호자 입원·경조사·번아웃 상황에 이용 가능
일상 유지 지원·보호자에 실시간 사진 보내 '안심'…"'돌봄 난민'에 희망"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는 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에요.

지치죠. 급한 상황에 아이를 맡길 곳도 마땅치 않고요.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는 이런 상황 속에서 제게 숨 쉴 틈이 돼주었습니다.

"
20대 발달장애 아들을 돌보는 임모(54)씨는 15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발달장애란 해당 나이에 인지·언어·운동 등 이뤄져야 할 발달이 성취되지 않은 상태로, 현행 발달장애인법에서는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 등을 포괄한다.

임씨의 아들은 지적장애인이다.

임 씨는 지난 6월 말 처음 동료 발달장애인 부모로부터 서울시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 개소 소식을 접했다.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보다 먼저 일었던 건 '뇌전증과 도전적 행동이 심한 우리 아이도 맡기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었다고 임 씨는 회상했다.

아들의 상태를 살핀 여러 센터나 시설로부터 돌봄 서비스를 여러 차례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터였다.

임 씨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공고에서 긴급 상황의 예로 명시된 '심리적 소진'이란 단어였다.

십여 년 넘게 홀로 발달장애 아들을 돌본 자신의 상태를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그는 생각했다고 한다.

임 씨는 "돌봄을 혼자 감내하면서 우울증과 불안 증상이 심해져 여러 해 동안 약을 복용해왔다"며 이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가족 사이에선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신반의하며 문의한 센터에서 임 씨는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처음으로 사흘간 센터에 아들을 맡긴 임씨는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시설 이용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임 씨는 아들을 맡기고 처음엔 불안했지만, 센터 선생님이 보내준 아들의 사진을 보고 걱정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아들은 집에서처럼 웃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6월19일부터 발달장애인의 보호자가 입원하거나 경조사, 신체적·심리적 소진과 같은 긴급상황이 있을 때 최장 7일 내(연 최대 30일) 일시적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 발달장애인 긴급돌봄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은평구 구산동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에 자리 잡은 긴급돌봄센터는 낯선 환경을 경계하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일반 가정과 비슷하게 조성돼 있다.

센터는 남녀 숙소 1곳씩 24시간 운영되며 정원은 각 4명이다.

세면·목욕 등 일상생활과 영화 보기와 같은 취미활동, 산책 등 사회활동 등을 지원한다.

센터에서 만난 김미연(43) 센터장은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발달장애인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기존에 없던 도전적 행동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본인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등·하교를 도맡거나 평소 먹는 식단을 챙기는 식이다.

김 센터장은 "많은 부모님이 긴급한 상황으로 센터에 자녀를 맡기고도 편히 지내지 못하신다"며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용자의 활동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보내드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퇴소 시 많은 보호자가 어려운 상황에 센터의 돌봄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그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긴급돌봄센터의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소한 6월19일부터 11월 현재까지 센터를 이용한 발달장애인은 총 50명이다.

이용 연령은 '20세 이상에서 30세 미만'이 40%(20명)로 가장 많았고, '10세 이상 20세 미만'이 34%(17명)로 그 뒤를 이었다.

장애 유형은 자폐성 42%(21명), 지적 40%(20명), 지적 지체 12%(6명), 지적 뇌병변 4%(2명), 지적 뇌전증 2%(1명) 순이었다.

입소 기간은 7일이 44%로 가장 많았으며, 이용 절차 만족도는 '매우 만족'이 92%에 달했다.

센터 이용 대상은 만 6세 이상∼65세 미만의 등록된 발달장애인이다.

하루 센터 이용료는 1만5천원, 식비는 본인 부담 1만5천원에 국비 1만5천원이 지원돼 총 3만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식비 본인부담금만 내면 된다.

보호자는 돌봄서비스 이용 7일 전까지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이용을 예상하지 못한 경우 긴급돌봄센터에 당일 신청도 가능하다.

이용 문의는 서울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 02-2135-3635)나 서울시발달장애인긴급돌봄센터(☎ 070-4896-4311)로 하면 된다.

변석빈(47) 사회복지법인 엔젤스헤이븐 사무국장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돌봄에 집중해 '배리어 프리'(무장애·Barrier-Free)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며 "발달장애인분들이 '돌봄 난민'처럼 시설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사업이 정착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