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브로커' 연루 전 치안감 사망으로 경찰 안팎 주목
"승진철마다 풍문 무성"…경찰 인사 내부비위 드러나나
'사건 브로커' 결탁 의혹을 받던 퇴직 경찰 간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인사를 둘러싼 경찰 조직의 내부 비위가 드러날지 향후 검찰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16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브로커 성모(62) 씨가 개입했다고 알려진 광주·전남권 경찰관 승진임용은 인사권자의 주관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는 심사와 특별승진(특진)에 집중됐다.

경찰 승진은 일정 자격을 갖추면 되는 근속, 형사소송법 등 과목별 성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시험, 업무 실적으로 평가하는 심사와 특진을 통해 기회를 얻는다.

이중 성과 중심인 심사와 특진은 저마다 근무 조건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정량적 수치로 후보자 간 우열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승진자가 특정 기능이나 소속에 쏠리지 않는 균형적인 안배 또한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심사와 특진에서는 실력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야 한다.

심사와 특진의 경쟁은 기능별 소속별 대상 후보군에 들어가느냐를 두고 치르는 '예선'부터 시작되는데, 본선에 오르더라도 몇번째 순위냐를 놓고 보이지 않는 승부가 이어진다.

피말리는 경쟁은 정원이 줄어드는 상위 계급으로 올라갈수록 치열하다.

일선서 과장급인 경정의 경우 광주와 전남에서 지방청별 선발 인원이 연간 한자릿수에 불과한데, 인사권자 등의 주관적 판단이나 개입이 이뤄진다는 의심 발현의 원인이기도 하다.

경찰 관계자도 "기계적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청탁 등을 통해 인사권자의 눈도장을 받아 심사와 특진을 노려보겠다는 조직 내 정서가 있다"며 "승진철마다 여러 풍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날 경기지역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직 치안감 A씨도 그같은 인사 청탁을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서 있었다.

2020∼2021년 전남경찰청장을 지낸 A씨는 청장 재임 시절 브로커 성씨의 청탁을 받고 승진임용자를 가려낸 의혹을 받았다.

그는 전남청장에 취임하면서 '관행에서 벗어난 발탁 인사'를 선언했는데, 실제 승진 결과가 발표되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파격', '예측불가'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브로커 성씨가 연루된 경찰 인사 비위를 겨냥한 검찰 수사는 광주경찰청으로도 향한다.

검찰은 2021년 말 심사로 승진했던 광주청 소속 간부 경찰관에 대해서도 최근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당시 광주청에서 고위직을 지낸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브로커 성씨는 인사개입은 물론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사건 청탁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고위 인사들과의 인맥을 내세워 사기범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거나, 검경 수사관에게 접근해 사건 정보를 빼낸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청탁 분야 검찰 수사는 광주 광산경찰서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각각 조사했던 가상화폐 투자 사기 사건에서 출발했다.

고소인 측은 피해 규모가 큰데도 주요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고, 추가 고소 사건의 조사 기간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경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산서 수사 부서에서 근무했던 이 사건 관련 경찰관들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서울청에서 고위직을 지낸 퇴직 경찰관은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 수사에 대한 경찰 내부 시각은 긍정과 부정이 혼재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승진개입과 사건청탁까지 여러 의혹으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지만 이번 파문이 경찰 조직의 병폐를 끊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