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공습경보 6차례…지난해 개전 이후 가장 적어
NYT "오히려 사이렌 소리 안들리면 못자는 주민도"
돌아온 일상, 오늘밤은 굿나잇…공습경보↓ 키이우 불안한 단잠
"몸이 지쳤다는 느낌이 없네요.

차이가 느껴져요.

"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한밤중 공습 경보가 울리지 않는 날이 유례 없이 길게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간만에 단잠을 청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T 종사자인 27세 여성은 밤사이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지거나 사이렌이 울리는 일이 없어 숙면을 취했다면서 "평범하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키이우에는 공습 경보가 6차례 울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소강상태가 오래 이어지리라고 기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개전 이후 올해 9월까지 러시아가 미사일과 드론을 퍼부으면서 키이우를 뒤흔든 공습경보는 1천 시간을 넘어갈 정도이기 때문이다.

키이우에서 그간 나온 사망자도 170명 정도에 달한다.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고 해도 끝없이 반복되는 공격에 만성 스트레스, 수면 장애 등으로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처지다.

다만 잠시나마 공격이 중단된 기간이 이어지면서 키이우 시민들은 이전보다 건강해지고, 업무 효율이 높아졌으며, 신경쇠약을 덜 겪는다고 말했다.

32세 여성은 처음에는 키이우 하늘이 잠잠한 데 놀랐으나 곧 이를 받아들였으며,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사이렌이 울려대던 때와 비교하면 생산적인 한달이었다"면서 오후에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누군가에겐 흔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키이우 시민들에겐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꿈과도 같다.

실제로 올해 5월 러시아가 키이우에 밤낮 없이 무차별 공습을 퍼붓던 때 수많은 시민이 매일같이 공포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지세워야 했다.

서방이 지원한 지대공 미사일 체계인 패트리엇을 포함해 키이우 방공망이 가동되고 있지만 일부 시민은 아직도 빗발치는 사이렌 소리에 한밤중 대피소로 내달려야 했던 악몽을 잊지 못한다.

한 여성은 "늘 지치고 피곤했다"면서 침대에서 뛰쳐나가 지하철로 달려가던 때를 회상했다.

주민들은 아침이 되더라도 충혈된 눈으로 일터에 나가야 했으며, 이처럼 극심한 피로와 공포에 시달리면서 일부는 사이렌이 울릴 때마다 재빠르게 소셜미디어를 검색해 위험 정도를 평가했다고 한다.

드론이면 방공망에 격추되기를 고대하며 다시 침대로 돌아가 쪽잠을 청하고, 탄도미사일이라면 대피한다는 식이다.

어떤 이들은 잠못 이루는 밤에 시달리던 끝에 공습경보 핸드폰 앱을 삭제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우의 수면 전문가인 다리아 필리펜코는 전쟁 기간 찾아오는 불면증 환자들이 속출했다고 NYT에 말했다.

잠시나마 찾아온 단잠이 얼마나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전쟁이 교착에 빠진 가운데 한겨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을 노린 공습이 있을 것으로 지난달 말 당국이 경고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겨울에도 전력을 끊어 우크라이나 주민을 추위와 어둠에 몰아넣는 노림수를 써왔다.

우크라이나는 15일 현재 남부 전선인 헤르손주(州)에서도 드니프로강 유역에서 러시아 점령지 크림반도로 진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히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키이우로도 이같은 불안감이 다시 덮쳐오는 상황이다.

한 주민은 "2주부터 한달까지 폭발음이 없으면 우리는 어떤 예상을 확신하는 상태가 된다"면서 오히려 초조함에 빠진다는 점을 암시하고 "어떤 소리에도 잠에서 깨 수면에 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사이렌 소리에 너무 익숙해지는 바람에 환청을 듣다가 잠에서 깬다고도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