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감독 "우리 팀은 모션 오펜스…한, 두 명에 의존하지 않아"
'코번 몰빵' 삼성 완파한 정관장 김상식 감독 '다 함께 농구'
28점 10리바운드.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코피 코번이 14일 안양 정관장과 홈 경기 전반에 작성한 기록이다.

신장 210㎝로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가장 큰 체격을 자랑하는 '괴물 센터' 코번은 이날 도합 32점 18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공격 리바운드만 12개를 따냈다.

그래도 웃은 건 삼성이 아닌 정관장이었다.

81-63, 18점 차 쾌승을 거두며 농구가 '팀 스포츠'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경기 후 김상식 감독은 자신의 농구 철학인 '모션 오펜스'의 승리라고 평했다.

김 감독이 자주 쓰는 표현인 모션 오펜스는 특정 전술보다는 방법론에 가까운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유기적인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모든 선수가 공격에 참여하는 게 이상적인 모션 오펜스다.

김 감독은 팀 내 골밑, 외곽 공격수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패스의 흐름을 살리면서 개인의 공격력을 뽐내길 바란다.

삼성전에서는 이런 소망이 구현됐다.

코번이 홀로 32점을 올린 삼성과는 반대로 정관장에서는 20점 이상 득점자가 없다.

대신 박지훈(16점), 최성원(12점), 이종현(11점), 맥스웰(9점), 정효근(8점) 등 여러 선수가 고르게 활약했다.

특히 이전 고양 소노 시절 자신감이 크게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였던 이종현은 이날 이원석을 상대로 초반부터 자신 있게 1대1 공격을 시도하며 1쿼터에만 11점을 넣었다.

'코번 몰빵' 삼성 완파한 정관장 김상식 감독 '다 함께 농구'
최근 5연승을 달리며 단독 2위(7승 3패)로 올라선 팀의 경기력에 김 감독은 "100% 만족한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우리 모션 오펜스에서 공을 잡은 사람은 어떻게 공을 처리해야 하는지, 잡지 않은 사람이 코너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등을 선수들에게 중점으로 이야기해"며 "이제 (선수들이) 돌아가고, 나오고 하는 움직임이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션 오펜스는) 한, 두 선수의 득점에 의존하는 게 아니다.

여러 명이 다 움직이면서 기회를 보는 건데, 물론 득점하는 선수가 나오긴 나와야 하지만 (코트에) 들어가는 선수마다 잘 움직여 줘야 한다"며 "우린 앞으로도 이걸 고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김 감독의 공격 전술 아래에서 주축으로 자리 잡은 이종현, 정효근, 최성원은 모두 이적생이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오세근(SK), 문성곤(kt) 등 '대어'가 모두 이탈한 정관장에 합류했다.

김 감독은 "새로 온 선수들이 생소할 수 있겠지만, 이런 움직임이 우리 팀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이런 게 한 번, 두 번씩 통하면 본인들도 '이게 통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6연패를 당한 삼성의 은희석 감독은 "국내 선수들이 공격 기회를 잡으면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코번을 빼면 삼성에서는 아무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아시아쿼터 선수 아반 나바와 외국 선수 이스마엘 레인(이상 7점)까지 빼면 최고 득점자가 4점씩 올린 김시래와 이원석이다.

은 감독은 "코번 선수 한 명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

상대가 코번 선수만 틀어막으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선수단 안에서 구심점이 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아쉬워했다.

'코번 몰빵' 삼성 완파한 정관장 김상식 감독 '다 함께 농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