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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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LG트윈스
LG 계열사 사업도 야구처럼 체질개선
슈퍼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육성선수와 육성사업 발굴하고
이긴다는 정신력 심어줘
LG 계열사 사업도 야구처럼 체질개선
슈퍼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육성선수와 육성사업 발굴하고
이긴다는 정신력 심어줘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19.1.png)
LG 트윈스가 강해진 게 스타 플레이어 몇 명 영입해서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라 4, 5년 이상 꾸준히 팀을 리빌딩 한 결과라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도 정규 리그에서 2위를 할 정도로 최근 전력이 탄탄해 졌잖아요. 야구 전문가들은 당분간 LG가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LG 야구를 보면서 LG가 벌이고 있는 사업들도 비슷하게 굉장히 탄탄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수층이 두터워졌다고 해야 할까요. 한 두 계열사에 의존하지 않고, 시스템적으로 잘 돌아가게 사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구광모의 LG는 어떻게 야구와 사업의 체질을 바꿨을까요.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18.1.png)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17.1.png)
구광모 회장이 2018년에 회장에 올랐을 때 말들이 엄청 많았어요. 양자에다가 나이는 당시 만으로 마흔살이라 굉장히 젊었죠. 구광모 회장이 1978년생인데요, 열 살이나 많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도 당시 부회장이었고요. 1970년생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당시에는 부회장이었거든요.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15.1.png)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14.1.png)
구본무 회장 때인 1990년 LG에 구단이 생긴 뒤에 첫 해 바로 우승을 했고요. 그리고 4년 뒤인 1994년 두 번 우승을 했죠. 또 1997년, 1998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 합니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굉장히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근데, 아깝게 계속 우승을 못하니까 LG 야구가 이상해 지기 시작합니다. 정점이 2002년 준우승을 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김성근 감독 때였는데요. 준우승을 하긴 했지만, LG가 추구하는 공격 야구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죠. 이후에도 LG 야구는 성적에 집착하게 되고, 팀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보다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는 식으로 대증요법을 씁니다.
그러다가 LG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정말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에 나서는데요. 특히 선수 육성에 엄청난 공을 들입니다. 2군 경기장 시설을 리그 최고 수준으로 바꿔주고, 좋은 코치들도 붙여줘서 잘 하겠다는 의지가 큰 선수에 투자를 팍팍 해주죠. 결정적으로 2군 리그에서 잘 하면, 1군으로 바로 바로 올려서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도 줍니다. 반대로 1군에서 못하면 바로 짐 싸서 2군으로 가야 하고요. 1군이든 2군이든 무한 경쟁을 시켜서 다 열심히 하게 시스템을 고쳤어요.
이게 너무 당연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진 않습니다. 1군도 나름 기득권 같은 것이어서 2군과 왔다 갔다 하는 게 구단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잘 안 되거든요. 근데 LG는 이걸 밀어 붙였어요. 그렇게 해서 2군 출신 스타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죠. 출루왕 홍창기, 2년 연속 3할을 때려낸 문보경, 작은 키에도 거포로 성장 중인 문성주 같은 타자들이 대표적입니다. 투수 중에서도 김윤식, 정우영, 이정용 같은 선수들이 2군에서 올라와 좋은 성과를 냈죠.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13.1.png)
LG 사업들도 비슷한 것 같아요. 멀리 보고 육성 선수, 아니 육성 사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예컨대 LG전자는 당장 매출이 많이 나왔던 휴대폰 사업을 접고 자동차 부품 사업에 전폭적인 투자를 했어요. 자동차 부품은 매년 대규모 적자를 냈는데,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고요. 올해는 이익률이 더 올라가서 캐시카우 역할까지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해인 2018년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업체 ZKW를 1조원 넘게 주고 인수했고, 2021년에는 캐나다 부품 기업 마그나와 전기차 구동체계 시장까지 진출했는데 이 사업들이 하나둘 터지고 있어요. 마그나 합작법인은 설립 2년 만에 분기 첫 흑자를 냈고, ZKW도 최근 볼보, 폴스타 같은 전기차의 헤드램프로 채택 됐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연간 LG전자의 전기차 부품, 이걸 VS 사업부라고 하는데요. 이 부문 매출이 처음 10조원을 넘기고, 영업이익도 2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LG전자는 TV, 세탁기, 청소기 같은 가전 회사로 아는데요, 앞으로는 주력이 전기차 부품이 될 수도 있겠어요.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12.1.png)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11.1.png)
전기차 배터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구동 체계, 조명 장치,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같은 불펜진이 필요하면 언제든 나타나서 테슬라든, GM이든, 폭스바겐이든 상대하면 되니까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의 아이폰 처럼 강력한 원 펀치 전략은 접고,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같은 부품 벌떼 전략으로 영리하게 공략하고 있습니다.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08.1.png)
지금은 다르죠. 당장 한국시리즈 2차전만 해도 4대 0으로 지고 있다가 차근차근 점수를 내서 4대 5로 역전을 했잖아요. 특히 LG 선수 중에 가장 논란이 큰 김현수가 큰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LG가 100억원 넘게 주고 영입했는데, 그만큼 성적을 내고 있느냐 하면서 욕을 먹기도 하지만요. 김현수는 중요한 고비 때마다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해서 이기는 야구를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06.1.png)
그런데, 구광모 회장의 LG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상징적인 사건이 SK와 배터리 기술을 놓고 싸운 것인데요.
SK가 LG 출신 직원들을 대거 영입하자, 이게 기술 침해에 해당한다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이 때 LG의 발언 수위가 굉장히 셌어요. "SK가 배터리 사업 아예 못하게 하겠다"고까지 했습니다. 미국 백악관이 나서서 중재를 요청할 정도로 꽤 큰 사건이었어요. 결론은 2조원을 받고 끝내는 것으로 났습니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서 상장을 시킨 것도 논란은 좀 있었지만 같은 맥락 같습니다. LG화학의 소액주주 입장에선 알짜 사업을 떼어낸 것이라 엄청나게 반발했는데, 이걸 무릎쓰고 2022년 초에 상장을 강행했죠. 결과적으로 LG는 시가총액 1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에 이은 국내 증시 2등 기업을 갖게 됐습니다. LG는 상장을 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이 돈으로 공장 팍팍 늘려서 1등 되겠다는 의지가 엄청납니다.
![29년 만의 우승…LG 야구와 사업의 공통점 [안재광의 대기만성's]](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01.35066005.1.png)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