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거처서 등교 시작…"공부보다는 대화 나누며 치유"
이스라엘 피란민 12만5천명 전국 호텔로 분산…무기한 수용 체계 가동
[이·팔 전쟁] 공포서 일상으로…키부츠 피란민 아동들 학교 복귀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큰 희생을 치렀던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집단농장)의 어린이들이 피란처에서 학교 수업을 시작했다고 AFP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민 1천200여명이 살고 있던 베에리 키부츠에서는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으로 최소 85명이 숨지고, 30여명이 포로로 잡혀갔다.

이후 베에리는 이스라엘군의 집결지가 됐고, 주민들은 사해 해안에 있는 에인 보케크 지역의 호텔로 거처를 옮겼다.

집을 잃은 중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수업은 지난 8일 임시 건물에서 시작됐다.

수업은 하루 3시간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수학과 문학을 공부하지만, 주로 대화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열다섯살인 로탄 론 군은 "우리는 배우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공허함을 느낀다"면서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이 좋다.

그것이 진짜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론 군의 반 학생은 원래 17명이었으나 2명은 살해됐고, 3명으로 포로로 잡혀갔다.

초등학생들도 에인 보케크에서 멀지 않은 마을에서 수업받는다.

톰 가즈(10) 양은 학교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호텔에 머문다면 이 상황에서 결코 헤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학교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들이닥쳤을 때 집안의 비상 안전실에 20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는 가즈 양은 아직도 당시의 공포가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되도록 우리가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지 않고 친구들과 놀려고 노력한다.

가족을 잃은 어린이에게 그건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 이후 집을 떠난 이스라엘 피란민은 현재 12만5천명에 달한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최대 피란민 규모다.

하마스가 공격한 가자지구 인근 남부 주민들이 대거 피란했고, 이후 헤즈볼라의 공격에 노출된 북부 지역에서도 피란민이 속출했다.

피란민들은 레바논에 자리 잡은 친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가 국경을 넘어 하마스와 똑같은 짓을 벌일 것이라고 걱정한다.

피란민은 전국의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총 280여곳에 분산 수용돼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피란 기간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임시 학교와 진료소를 설립하는 등 무기한 수용 체계를 만들고 있다.

일부 피란민도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접고 호텔을 떠나 별도의 거주지를 마련할 계획을 짜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팔 전쟁] 공포서 일상으로…키부츠 피란민 아동들 학교 복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