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이지 않은' EU 외교수장?…이팔전쟁 돌출 발언에 내분
유럽연합(EU)의 외교적 입장을 대표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분쟁과 관련한 합의되지 않은 '돌출' 발언으로 일부 회원국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복수 EU 소식통에 따르면 보렐 고위대표가 지난달 말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인도주의적 군사행위 일시중단(pause)'에 관해 27개국 사이 "기본적인 의견 일치"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내부에서 논란이 제기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당시 EU 하반기 순환의장국인 스페인은 '완전한 휴전(ceasefire)'을 촉구하기를 원했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다른 회원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침해할 수 있는 표현이 담긴 메시지에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시 이렇다 할 결론 없이 회의가 마무리됐음에도 보렐 고위대표가 '의견 일치'가 있었다고 표현한 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이에 외교장관회의 직후 이어진 EU 대사 회의에서 EU 외교부 격인 대외관계청(EEAS)의 스테파노 산니노 사무총장이 보렐 고위대표의 발언 취지를 사실상 해명해야 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EU는 결론 없이 끝난 외교장관회의 이후 열린 EU 정상회의에서도 27개국은 5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인도주의적 통로 및 일시 중단(pauses)'이라는 표현을 공동성명에 겨우 넣었다.

일시 중단을 뜻하는 영어 단어가 단수형이 아닌 복수형으로 표현된 것도 교전 중단보다는 구호품 반입 등을 위한 공습 자제, 일시적 소강상태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보렐 고위대표의 온라인상 발언을 두고도 잡음이 나왔다.

그는 정상회의에서 어렵게 절충된 메시지가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에서 가자지구의 열악한 상황을 비판하면서 "국제인도법에 위배된다"고 사실상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여기에 또다시 단수형(pause) 표현을 써가며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외교적 메시지의 경우 사소한 단어 표현 하나로도 행간의 의미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오스트리아 등은 그의 이런 게시물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폴리티코는 이날 '비외교적인 최고위급 외교관' 제목의 기사에서 그의 이러한 '말실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짚었다.

스페인 사회주의 계열 출신인 그는 2019년 러시아를 두고 "우리의 오랜 적"이라고 공개 발언해 러시아는 물론 일부 친러 성향 EU 회원국들도 반발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에는 "우리(EU)는 전투기까지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서방의 전투기 지원은 당시엔 '레드라인'으로 여겨졌던 현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