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시한 일주일 남기고 내년 1∼2월까지 필요한 임시예산안 공개
민주당과 공화당 강경파 반대로 부결 전망…"셧다운 우려 커져"
美하원의장, 부처별 예산 소진 시기 차등한 '2단계' 예산안 제안
미국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의장이 자신이 구상한 내년도 연방정부 예산안을 내놓았지만, 같은 당 강경파와 민주당의 반대가 예상되면서 정부 셧다운(업무 정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래 의회는 2024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지난달 1일 이전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했지만, 이 기한을 45일 연장하는 미봉책을 마련하는 데 그치면서 오는 17일까지 새로운 해법을 마련해야 셧다운을 피할 수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11일(현지시간) 동료 공화당 의원들에게 자신의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존슨 의장의 예산안은 내년도 정부 운영에 필요한 전체 예산이 아니라 내년 1∼2월까지 필요한 지출만 커버하는 임시예산안으로 정부 부처별로 예산이 소진되는 시기를 다르게 한 게 특징이다.

국방과 보훈, 농업과 식량, 교통, 주거, 도심개발 관련 부처는 내년 1월 19일까지 필요한 예산을 책정하고, 국무·법무·상무·노동·보건부 등 나머지 부처는 2월 2일까지의 예산을 담은 '2단계' 예산안이다.

이는 의회가 과거처럼 연말에 정부 부처별 세출법안 총 12개를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Omnibus) 예산안을 처리하는 대신 세출법안에 대한 개별 협상을 장려하기 위해서라고 정치매체 더힐은 설명했다.

美하원의장, 부처별 예산 소진 시기 차등한 '2단계' 예산안 제안
존슨 의장은 성명에서 "2단계 임시예산안은 하원 공화당이 보수의 승리를 가져올 싸움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잡는 데 필요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존슨 의장은 의원들에게 예산안을 오는 14일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언론 다수는 이미 부결을 전망하고 있다.

예산안이 상·하원 양원을 통과해야 하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과 바이든 행정부는 전례가 없는 2단계 예산안에 이미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패티 머리 상원 세출위원장(민주·워싱턴)은 전날 "내가 들어본 가장 미치고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예산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예산이나 우크라이나와 가자 인도적 지원 예산을 담지 않았다.

이 같은 2단계 예산안은 원래 하원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가 선호했지만, 이들도 예산안에 자신들이 요구해온 정부 지출 삭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이라고 WP는 전했다.

프리덤 코커스의 칩 로이 의원(공화·텍사스)은 엑스(옛 트위터)에서 예산안이 현재 지출 규모를 유지했다는 이유로 "난 100%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하원 의석은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2석이라 공화당은 의원 5명만 이탈해도 자력으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없다.

존슨 의장이 셧다운을 막기 위해 민주당과 힘을 합쳐 예산안을 처리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그랬다가는 강경파 반란에 쫓겨난 전임 케빈 매카시 의장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상원 민주당이 반대할 게 거의 확실하고 일부 공화당도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어 "셧다운 가능성을 키운다"고 전망했으며, WP도 같은 이유로 "새롭지만 불확실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