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범위 '연초 잎→연초 전부'로 확대되나…업계 '촉각'
담배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두고 담배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법안 통과 시 기존 연초 뿐 아니라 연초의 줄기·뿌리, 합성니코틴으로 만든 제품이 담배로 정의돼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비한 법 체계 탓에 액상형 전자담배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계류 중인 담배 정의 확대법안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는 담배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5건 계류돼 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과 김수흥 양경숙 정춘숙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들이다.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안
  • 악재 예상 기업 : KT&G, 이엠텍, 알에프세미, 아이티엠반도체, 이랜텍, 동양물산, 코아시아, BGF리테일
  • 발의 :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실(02-784-7141)
  • 어떤 법안이길래 : 담배의 정의를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의 전부'를 원료로 하는 것까지 확대·규정.
  • 어떤 영향 주나 : 연초의 줄기나 뿌리,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담배도 기존 담배와 똑같은 규제를 받고 과세 대상에 포함됨.

현재 담배의 법적 규정은 제품 성분별로 뒤죽박죽이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 잎’으로 제조한 담배만 해당된다. 연초의 줄기나 뿌리,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담배는 현행법상 담배가 아니다. 이 때문에 온라인 판매 금지, 광고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조세 제도는 또 다르다. 정부는 2021년 8월부터 궐련형 담배뿐 아니라 줄기·뿌리 니코틴 제품에도 세금을 매기고 있다. 합성니코틴 제품은 세금을 안 낸다.

개정안은 이러한 제품을 담배의 정의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 통과 시 연초의 줄기나 뿌리,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담배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일반 담배(궐련) 한 갑에 부과되는 세금은 3323원이다. 연초의 줄기나 뿌리를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1㎖당 1799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이러한 유사 담배도 지난달 6일 국회를 통과한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적용받는다. 담배에 들어간 첨가물과 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유해성분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제정안은 2025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업계에선 "법 개정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업계에선 개정안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금이 없고 온라인 광고가 가능하다 보니 액상형 담배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3년 1.1%에서 2020년 3.2%로 세 배로 증가했다. 세계 액상형 담배 판매량은 2015년 83억달러에서 2020년 210억달러로 급증했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총연합회 부회장은 “액상형 담배를 제도권 안에 넣어 일정 수준 이상의 질이 보장된 제품이 유통되도록 해 시장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담배 세율을 조정하는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액상형 전자담배에 불리한 세금 체제를 개편하는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을 현행 '종량세'에서 '종가세'로 바꾸는 게 골자다. 담배업계는 종가세로 전환할 경우 연간 약 1800억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 담배 시장 동향'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세수 확보 금액은 0원이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 개정은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면서도 “법 개정에 앞서 합성니코틴 제품에 대한 유해성 검증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