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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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10월 대(對)네덜란드 수입이 전년 대비 29.5% 급증해 ASML 노광장비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은 세계 노광장비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중국으로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에 통제를 받는다.

SCMP는 전날 발표된 중국 세관 자료를 인용,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10월 수입은 전년 동월보다 1.3% 줄었지만 네덜란드로부터의 수입은 29.5% 증가해 대조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추후 공개될 세부 자료에서 중국의 ASML DUV 노광장비 수입이 10월에 또다시 급증했음이 드러날 것으로 예측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지난 9월 중국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850% 급증한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의 8월과 7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수입도 각각 전년 동월보다 343%, 1677% 급증했다. 유럽개혁센터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샌더 토르두아르는 SCMP에 "지난 몇 달 간 중국의 네덜란드로부터의 수입이 놀라울 정도로 급증한 것은 수출 통제가 시작되기 전 ASML 장비를 대거 사들이려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네덜란드 싱크탱크 클린젠댈연구소의 렘 코르테베그 연구원도 "이 같은 수입 증가는 거의 확실히 ASML 장비와 관련됐다"며 "중국은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ASML 장비를 구매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노광장비는 극자외선(EUV) 등 빛을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비춰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을 때 쓴다. 반도체 제품은 크게 노광장비를 이용한 회로 패턴 새겨넣기, 화학 약품을 이용해 필요한 회로를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녹여 벗겨내는 식각,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을 거쳐 제작되는데 미세 공정 시대에 접어들면서 최첨단 노광장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네덜란드 정부는 9월1일부터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DUV 노광장비 등 일부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를 수출할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올해 연말까지는 유예 기간을 뒀다.

네덜란드는 그에 앞서 2019년부터는 ASML의 최첨단 EUV 노광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SCMP는 "중국 세관 자료는 중국 기업들이 내년 1월 1일 수출 통제가 시작되기 전 유예 기간을 활용해 재고를 쌓아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봤다.

실제로 ASML의 자료도 비슷한 상황을 보여준다. ASML의 3분기 매출에서 중국은 46%를 차지했다. 앞서 2분기와 1분기 매출에서는 중국이 각각 24%와 8%에 불과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수출 통제 추가 조치가 발표된 후 ASML의 중국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토르두아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노광장비 구매 열기는 ASML의 분기 매출 자료에서 분명히 드러난다"며 "각 기계의 가격이 수천만 유로에 달하기 때문에 중국이 해당 장비를 쓸어 담으면 네덜란드의 중국 수출 같은 거시 통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