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심판' 바이든 對 '설욕전' 트럼프…진보·보수 '진영 전쟁' 전망
빅빙 승부에 경합주 표심 관심 집중…제3후보 득표력, 판세에 중대 영향
고령·사법리스크에 경제·전쟁 변수…낙태·총기·이민 정책이슈도 주목


[편집자 주 = 2024년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전자의 위치에서 설욕에 나서면서 두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미국 대선의 판세와 향후 변수, 후보들의 한반도를 비롯한 국내외 주요정책 등을 짚어보고 이후 주요 일정을 소개하는 기획 기사를 세 꼭지 마련해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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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1년앞]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유력…여러 변수에 안갯속 판세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초강대국 미국을 누가 이끄느냐가 글로벌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 세계의 관심이 내년 11월 5일 미국 대선으로 점점 집중되고 있다.

핵 능력을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과 밀착 행보를 하는 가운데 한국 외교의 중심축인 동맹국 미국의 리더십 변화는 한반도 정세와도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아직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결에 이어 '리턴 매치'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미국 국민의 피로도가 적지 않은 상태지만, 두 사람을 위협할 만한 대적 상대가 당내에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초박빙 대결을 이어가고 있어 현재로선 승패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나아가 경제 상황, 후보의 고령 논란·사법 리스크,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 제3 후보 출현 등 적지 않은 변수가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

[美대선 1년앞]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유력…여러 변수에 안갯속 판세
◇ 내년 후보 경선·본선 앞두고 선거전 가열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내년 초부터 전국을 돌면서 당내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을 벌일 예정이지만 대통령 선거전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특히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절치부심하며 권토중래를 꿈꾸며 4년 전 패배의 설욕전에 나선 가운데 다수의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팀 스콧 연방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애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0~60%의 압도적 지지를 유지하고 있고, 디샌티스 주지사 정도만 전국 단위에서 10%초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경선판 자체는 김이 샌 분위기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지난달 말 후보직에서 사퇴한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사실상 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2등 싸움'이 더 치열한 가운데 내년 1월 첫 공화당 경선이 진행되는 아이오와에서 최근 헤일리 전 대사가 디샌티스 주지사와 같은 16%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도 나오면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 코커스(당원대회),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방식으로 진행되는 주별 경선을 거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1 대 1 대결 구도를 만들어낸다는 목표지만, 현재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내년 7월 진행된다.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8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될 전망이다.

진보 성향의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에 이어 민주당 딘 필립스 연방 하원의원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현재 지지율을 보면 참여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년 여름 대선 후보를 공식 확정하면 8월 하순부터 양당 후보간 본선 대결이 본격화하며 11월5일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치게 된다.

[美대선 1년앞]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유력…여러 변수에 안갯속 판세
◇ 68년만에 美 전현직 대결…초박빙 판세에 경합주 표심 주목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리턴매치를 벌이게 되면 지난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애들레이 스티븐슨 전 대통령의 대결에 이어 68년만에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게 된다.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초박빙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의 9월 9~12일 조사에서 46% 대 48%, 퀴니피액대의 9월 7~11일 조사에서 47% 대 46%, CNN의 8월 25~31일 조사에서는 46% 대 47% 등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9월 말 트럼프 전 대통령이 9%포인트나 앞서는 워싱턴포스트 조사도 있었으나, 이는 기존 흐름을 볼 때 상당히 튀는 조사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박빙 우세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는 조사도 더러 나오고 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6%로 바이든 대통령보다 5%포인트 높은 지지를 기록했다.

여론조사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근소하게 앞서는 모습은 미국 대선의 승패를 사실상 결정하는 경합주에서도 관측된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로, 43%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을 4%포인트 앞섰다.

이 여론조사는 경합주인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7개 주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7곳 중 네바다 한 곳에서만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은 주(州)별로 할당된, 모두 538명인 선거인단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 싸움이다.

선거 때 표심이 바뀌기도 하는 경합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들은 지지 정당이 뚜렷하기 때문에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이 없다.

여론조사를 취합해 선거를 예측하는 사이트인 '270투윈'은 지난 1일 기준으로 각 당이 확보 가능한 대통령 선거인단수를 민주당 241명, 공화당 235명, 경합 62명으로 분류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네바다, 애리조나,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 5개 주를 경합주로 간주했다.

그러나 아직 선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판세를 초경합으로 보는 분위기가 미국 정치권의 대세라고 할 수 있다.

[美대선 1년앞]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유력…여러 변수에 안갯속 판세
◇ 고령 논란·사법리스크에 경제·전쟁·제3후보 변수
역대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했던 중요한 변수는 경제 문제다.

세계정세가 극도로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경제 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대선 판세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률(3분기 4.9%), 실업률(9월 3.8%), 물가(근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3.7%) 등 각종 경제 지표만 보면 바이든 대통령이 유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자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의 성과를 재선 전략의 중심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는 30%대로 저조한 상황이며 오히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더 잘할 것으로 본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82세에 재선 대통령에 취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리스크가 큰 약점으로 꼽힌다.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우려는 상대당인 공화당의 공격포인트인 것은 물론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도 인정하고 대책에 골몰한 대목이다.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나이(78세)로 취임하게 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고령이지만, 상대적으로 나이 문제는 덜 주목받고 있다.

[美대선 1년앞]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유력…여러 변수에 안갯속 판세
반면에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기밀문서 유출 및 불법 보관 혐의 등으로 4차례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당내에서는 기소로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하는 효과를 봤지만, 본선에서는 선거 승패의 열쇠를 쥔 무당층의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에 경선을 치르면서 동시에 재판에 출석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법정투쟁도 벌여야 하는 처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남 헌터 바이든의 기소로 인한 '차남 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이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차남 관련 의혹을 토대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도 착수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진행되는 두 개의 전쟁도 대선 변수다.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전황이 가시적으로 개선되지 않거나 이스라엘의 대(對)하마스 작전에서 민간인 피해가 더 커질 경우 바이든 대통령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와 함께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10%를 넘는 지지를 기록하고 있는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를 비롯한 제3 후보의 등장과 이들의 득표력도 대선 승패 결정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

제3 후보는 대체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표를 잠식할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최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표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나아가 낙태, 이민, 국경, 총기 등 정책문제도 대선의 주요 이슈다.

낙태 이슈와 관련, 지난해 6월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인정 판결 폐기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주요정책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내년 대선은 보수와 진보간 진영대결, 문화전쟁의 양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여러분의 복수"라면서 연일 지지층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고, 이에 대응해 바이든 대통령도 극우 마가(MAGA·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슬로건) 공화당은 막아야 한다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