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몇시간 앞두고 가처분 신청 인용…호주·한·일 기업 투자
호주 법원, '원주민 반대' 바로사 가스전 사업에 중단 명령
호주 법원이 바로사 가스전의 해저 송유관 설치 사업 착공을 불과 몇시간 앞두고 이를 중단하라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2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호주 연방 법원은 호주 에너지 기업 산토스가 개발하려는 바로사 가스전과 호주 대륙을 연결하는 해저 송유관 설치 사업을 중단해 달라는 원주민들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사업을 강행할 경우 원주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본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업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산토스의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은 총액 53억 호주달러(약 4조6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이지만 원주민들의 반대로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

산토스는 2021년 호주 북부 티모르해 바로사 가스전에서 최대 8개의 가스전을 시추하고, 여기서 나온 가스를 호주 다윈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시설로 보낼 수 있도록 해저 송유관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산토스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의 SK E&S와 일본 발전회사 제라(JERA)도 각각 37.5%, 12.5%의 지분을 보유한 사업이다.

이 가스전은 호주 북부 티위 제도에서 약 140㎞ 떨어져 있으며 송유관은 티위 제도 바로 옆을 지나가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티위 제도 지역 원주민들은 이 사업이 해양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음에도 회사나 연방정부로부터 제대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며 시추 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호주 법원은 지난해 9월 원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산토스는 원주민들과 다시 협상을 벌였고, 호주의 해양 규제 당국에 새로운 환경 계획을 제출했다.

산토스는 이 환경 계획이 연내 승인될 것을 기대하면서 사업이 늦어지지 않도록 송유관 설치 사업을 먼저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호주 원주민들은 송유관 설치 사업 역시 수중 문화유산에 대한 영향과 위험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법원에 청구했다.

이와 함께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업이 시작되지 않도록 가처분 신청도 함께 청구했다.

산토스 측은 사업이 지연되면 상당한 경제적 손해가 예상된다고 맞섰다.

하지만 이날 법원은 송유관 연결 사업이 늦어지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하지만, 산토스가 감당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번 판단에도 산토스 측은 2025년 상반기부터 바로사에서 가스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