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클라우드가 경남 김해시 부원동에 건립하려던 데이터센터 조감도. /김해시 제공
NHN클라우드가 경남 김해시 부원동에 건립하려던 데이터센터 조감도. /김해시 제공
NHN클라우드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추진하던 경남 김해 데이터센터 건설사업이 무산됐다. 두 회사는 당초 5000억원을 들여 첨단 데이터센터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건설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예상 공사비가 크게 뛰자 고심 끝에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함양군의 1조2500억원 규모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HN클라우드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해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데이터센터는 비교적 입지와 교통의 제약을 덜 받기 때문에 김해시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치열한 경쟁 끝에 유치한 기반시설이었다.

NHN클라우드는 “최근 건축시장 위축과 투자환경 악화라는 외부 변화 요인에 따라 김해 데이터센터 건축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건설 원자재값과 인건비 폭등,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조달비용 증가 등으로 개발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2020년 6월 경상남도, 김해시와 협약을 맺고 김해시 부원동 김해시청 맞은편에 있는 남해고속도로와 김해대로 사이의 부지(3만1000㎡)에 데이터센터와 주상복합아파트, 공원, 도로 등을 짓는 사업을 준비해왔다. 예상 투자 규모만 5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공사가 중단된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결국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NHN클라우드는 이번 사업을 포기한 것과는 별개로 ‘김해 연구개발(R&D)센터’와 ‘NHN아카데미 경남캠퍼스’ 건립은 계획한 대로 시행할 방침이다.

이미 도시계획까지 변경해 데이터센터 구축을 준비해온 김해시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데이터센터를 지으려던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숙제로 남은 가운데 개발사업 무산으로 실망한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사업 정상화를 위해 NHN클라우드·현대산업개발과 19차례에 걸쳐 회의하면서 보조금 지원 방안과 공사기간 단축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두 기업이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가자고 요구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경남 지역에서 진행 중인 다른 데이터센터 건설사업도 무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예상 투자금액만 1조2500억원에 달하는 함양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이다. 함양군은 지난 5월 경상남도, 한울HCDC와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 협약을 체결했지만 그 후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울HCDC가 과거 사천시에서도 1조원대 데이터센터 건설사업을 하려다가 토지 매입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무산된 전례가 있다 보니 함양군에서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투자유치 성과를 올리는 데 급급한 나머지 기업들의 제안 내용만 믿고 철저한 검증과 분석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가 무산되면서 지역 내에서 갈등과 반목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해=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