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다학제 협업지원 사업…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랩삐 참여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학제간 협업을 지원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프로젝트 해시태그' 전시가 3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시작돼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젊은 문화예술창작자 발굴 사업으로, 올해는 51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이하 라이스)과 '랩삐'가 프로젝트 결과물을 선보인다.

미술관에서 게임하면 강냉이를 준다고?…'프로젝트 해시태그'전
◇ 강냉이를 얻기 위한 디지털 놀이노동
올해 3월 서울시립미술관 앞은 점심시간이 되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한 금융서비스 업체가 자사의 모바일 앱을 켜고 터치하면 돈을 주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든 이들이었다.

작가집단 랩삐(강민정, 안가영, 최혜련, 제닌기)는 이 모습을 보면서 놀이로 가장된 노동, 즉 '놀이노동'(playbor)에 주목했다.

랩삐는 놀이노동을 자동화 사회에서 생겨나는 인간 소외를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으로 파악하고 이를 가시화한 작업을 시도했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전에서 소개되는 랩삐의 '강냉이 털어 국현감'은 롤플레잉 게임의 형식을 빌려 놀이노동을 이야기하는 작업이다.

미술관에서 게임하면 강냉이를 준다고?…'프로젝트 해시태그'전
랩삐는 전시를 위해 6개월간 인천 강화에서 직접 밭을 갈아 옥수수를 키웠고 수확한 옥수수를 강냉이로 만들었다.

농사 과정은 영상 작품 '전시는 모르겠고 강냉이 털기에도 바쁩니다'에 담겼다.

관객들은 놀이노동을 통해 랩삐의 물질 노동 결과물인 강냉이를 얻을 수 있다.

전시장 벽의 QR코드를 통해 랩삐가 만든 모바일 웹 기반 농사 시뮬레이션 게임에 참여해 밭고르기, 물뿌리기, 돌치우기 등을 수행하면 가상화폐를 받고 이를 미술관에서 랩삐의 실제 노동에서 나온 강냉이 한 봉지와 교환할 수 있다.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강냉이를 얻은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노동에 참여한 셈이다.

미술관에서 게임하면 강냉이를 준다고?…'프로젝트 해시태그'전
◇ 우뭇가사리를 통한 공생 가능성 탐구
또다른 작가집단 라이스(손혜민.유서 윤)는 미술관 전시장을 '공생체은하수'로 꾸몄다.

공생체은하수의 공간을 구획하는 가림막들은 모두 우뭇가사리로 만든 우무피막이고 곳곳에 놓인 색색의 조형물들은 우뭇가사리를 끓여서 만든 우무덩이들이다.

2020년부터 부산 지역 바다의 해조류를 연구해 온 라이스는 특히 여러 해조류 중에서도 낮은 온도에서 액체가 되고 실온에서는 빨리 굳는 우뭇가사리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런 성질을 이용해 우뭇가사리가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플라스틱이나 패브릭 등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우무덩이는 유기체를 배양하는 일종의 미생물배지(培地)로도 작용한다는 점에서 공생을 이야기하기 적합한 소재였다.

이들의 작업은 전시 기간에도 계속 진행된다.

전시가 끝나는 내년 4월까지 부산에서 우뭇가사리의 싹을 틔우고 이를 재료로 한 우무피막과 우무덩이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서울의 전시장에서는 전시 기간 우뭇가사리가 건조되면서 우무피막과 우무덩이의 모습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라이스는 전시 폐기물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무피막 일부는 부산의 바다로 돌아가 해양생물의 서식처가 될 예정이다.

전시는 내년 4월7일까지. 유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