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매각·플랜 B 제안도 나오지만 "현실성 부족" 지적
"공정위·국토부가 개입해 불확실성 해소해야" 제언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득실 논란 여전…다른대안 없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절차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 결정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지만 여전히 합병에 따른 득실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와 부채 규모가 막대한 아시아나항공의 생존을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화물사업 매각, 노선·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축소 등으로 오히려 '상처뿐인 합병'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1천741%에 달한다.

2020년 11월 개시된 합병 추진 과정의 장기화가 아시아나항공 영업 경쟁력 훼손은 물론 손익구조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대규모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현금 유동성 문제는 불가피하다는 지적 역시 끊이지 않는다.

대한항공에 인수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디폴트(채무불이행), 더 나아가 파산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해운 분야에서 한때 최대국적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합병에 실패해 2017년 파산한 사례도 이 사안과 맞물려 종종 회자됐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항공산업은 글로벌 경쟁이라 합병 후 통합이 중요하다"며 "합병된 항공사가 빨리 비전과 글로벌 전략을 제시하면서 관련 산업을 재편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단기적 타격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론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정철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합병 이후 대한항공이 유럽 항공노선 확대 등으로 현재의 불리한 조건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커지기보단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유럽연합(EU) 등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뿐 아니라 일부 슬롯 반납을 요구한 데다, 아직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은 미국과 일본이 또 다른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EU 내에서 두 항공사가 중복으로 취항하는 인천발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노선의 일부 슬롯은 반납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이 이들 4개 노선에서 반납할 슬롯 개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대 20개에 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럴 경우 유럽 시장에서 우리 여객 운송 서비스가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영국 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해 히스로공항의 아시아나항공 최대 7개 슬롯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양도할 예정이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이번 합병 추진 과정에 대해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실질적 진전은 별로 없었다"며 "우리가 가진 항공 경쟁력, 자산만 빼앗기는 그런 결과를 낳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이 일부 국제노선을 독점할 경우 항공권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정부 관계부처가 적극 개입해 신속하게 불확실성을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직 고위 간부는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 절차를 3년간 끌고 간 것은 우리 항공산업 발전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며 "국토교통부와 공정위, 산업은행 등이 조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3자 매각'이나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합병 과정이 난항을 거듭하고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대한항공 역시 또 다른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다만 이 경우 합병 절차를 또다시 새로 시작해야 하거나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플랜B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