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에이스들 中으로 떠났다"…코스트코에 무슨 일이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지난달 초, 수도권 인근의 한 골프장에서 코스트코코리아가 주최하는 자선 골프 대회가 열렸다. 코스트코에 납품하는 협력사 대표들과 함께하는 행사였다. 코로나로 중단된 지 4년 만의 재개다. 이날 코스트코 경영진은 코스트코가 한국에서 여전히 성장 중이고,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혁신 사례는 양재점이다. 주차 대기줄이 워낙 길어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최근엔 이를 7분대로 줄였다는 것이다. 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사진)는 협력사 대표들에게 “혁신 사례들이 효과를 낸 덕분에 올 회계연도(2022년 9월1일~2023년 8월31일, 26기 ) 코스트코의 한국 매출은 5조원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국 에이스들 中으로 떠났다"…코스트코에 무슨 일이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악재에 시달리는 코스트코코리아

조 대표의 ‘골프장 스피치’는 낙관적이었지만, 코스트코코리아가 직면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매출만 해도 3년째 5조원대에 갇혀 있다. 예년 같으면 3년째에 조 단위 숫자를 바꿔야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22기에 매출 4조원대에 올랐고, 24기에 앞자리를 5조원으로 갈아치웠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는 양평점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고척점과 상권이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두 점포 사이의 거리는 약 10㎞다. 만일 양평점 철수가 실행된다면 1998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첫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제 실행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철수 방안을 논의선상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코스트코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고 지적했다.

"한국 에이스들 中으로 떠났다"…코스트코에 무슨 일이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코스트코코리아는 ‘턴어라운드’를 위해 지방 출점 확대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것 역시 각종 낙관에 부딪히고 있다. 제주 서남부 신화월드에 들어설 예정인 제주점만 해도 인근 농협하나로마트와의 갈등으로 최종 출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장 최근인 2022년에 개장한 김해점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며 “인근 장유 신도시의 경우 1인 자녀나 나홀로 세대가 많아 쿠팡 등 e커머스에 더 친숙하기 때문에 코스트코 같은 회원제 홀세일 마트에 더 이상 열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 소비 경기가 악화되면서 음식 자영업이 불황인 것도 코스트코엔 악재로 평가된다.

중국 내 코스트코 열풍, 한국에 영향 미칠까

코스트코코리아의 미래와 관련해 또 하나의 강력한 변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리테일 시장의 변화다. 코스트코가 중국에 진출한 해는 2019년이다. 올해로 불과 4년째이지만, 중국에서 코스트코에 대한 반응은 열광에 가깝다. 올 3월 푸둥 한복판에 개장한 상하이 두 번째(중국 내 3호점) 매장은 문을 열기도 전에 멤버십에 가입한 이들이 8만명에 달할 정도였다. 회원비만으로 단숨에 1600만 위안(약 29억원)을 벌어들였다.

코스트코의 아시아 중심축이 중국으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펜데믹을 거치면서 중국의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 대형 냉장고를 구비하고, 냉장고를 채우기 위한 고품질의 신선 식품을 사기 시작하면서 코스트코의 매력에 눈을 뜨고 있다. 한국, 중국, 대만 등을 총괄하는 코스트코 아시아는 올해 말까지 중국 내 매장을 7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코스트코코리아의 ‘에이스’들이 대거 중국 법인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코스트코 매장이 1998년 진출 이래 18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확산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코스트코의 경쟁자인 샘스클럽(월마트 계열의 회원제 홀세일 마트)이 올해 중국 내 매장을 40여 개로 확대할 예정인 터라 코스트코 본사로선 중국에 화력을 집중해야할 상황이다.

이에 비해 한국 상황은 악화일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폭염 속에 근무하다 사망한 코스트코 근로자에 대한 산재 처리가 결정됐다”며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이 개입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트코코리아는 당분간 노조 문제로 골치를 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