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 살리자는 취지와 어긋나 개선 필요
부산 지역화폐 사용처 훑어보니…59% 편의점서 '담배·술'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으로 편의점에서 소비되는 품목을 조사했더니 술·담배를 구매하는 데 쓰는 비율이 매우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일 부경대 김정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연구팀의 '동백전·세븐일레븐 가명 정보 결합 사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동안 동백전이 부산지역 세븐일레븐에서 사용된 것은 282만여건이고, 구매 금액은 73억여원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해당 구매 금액을 '식품 부분(47.81%)'과 '비식품(52.19%)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비식품 소비 분야에서는 구매 금액의 무려 91.92%가 담배 구매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담배를 사는데 61만여건이 결제됐고, 금액은 35억원에 달했다.

약품·의료품(2.51%), 서비스 상품(1.49%) 등이 2, 3위로 뒤를 이었지만, 1등인 담배 구매 금액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

식품 분야에서는 구매 금액 비율 순으로는 음료가 17.53%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맥주가 바로 뒤를 이어 15.22%를 기록했고, 구매 금액은 8억3천여만원에 달했다.

57∼75세 사이 베이비붐 세대는 동백전으로 음료를 구매하는 것보다 주류를 구매하는 비중이 더 높았던 유일한 세대라는 점도 연구에서 눈길을 끌었다.

부산 지역화폐 사용처 훑어보니…59% 편의점서 '담배·술'
주류와 담배 구매 금액을 합쳐보면 세븐일레븐에서 결제된 전체 동백전 결제금액의 59%를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캐시백 비율인 5%인 것을 감안하면 술·담배 구매에 지원한 돈이 3억5천여만원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캐시백 자금은 현재 예산으로 마련되고 있다.

연구팀을 동백전을 이용한 과도한 술·담배 소비가 지역 소상공인과 상권을 살리자는 지역화폐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담배나 주류의 가격은 최대 60∼70%가 세금으로 구성돼 있어, 이들을 사는데, 예산을 지원하더라도 소상공인에게 가는 몫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담배 경우 한 갑을 팔아도 소상공인에 남는 금액은 불과 204원밖에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역화폐 예산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에서 담배나 술보다는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취지를 확실히 살릴 수 있는 곳에 써야 예산 운용 효율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지역화폐 예산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에서 효율적인 동백전 예산 운용과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화폐 운영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