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점으로부터’(197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우환 ‘점으로부터’(197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내년부터 제작된 지 50년이 지난 미술품이라도 작가가 살아 있으면 문화재청 허가 없이 자유롭게 해외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본지 10월 16일자 A2면 참조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제작 50년이 지난 미술품은 문화재청 허가 없이 해외에 반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1973년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은 문화재청 심사 절차를 밟아야만 해외에 갖고 나갈 수 있다. 심사 과정에서 역사·예술·학술적 가치가 높고, 희소성·명확성·특이성·시대성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면 ‘일반동산문화재’로 지정돼 국외 반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일반동산문화재는 제작된 지 50년 이상의 상태가 양호한 문화유산으로, 보물·국보 등 지정문화재와 달리 비지정문화재다. 일반동산문화유산이 되면 문화 교류 차원에서 열리는 해외 전시 등은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아 반출할 수 있지만, 해외 아트페어(미술품 장터)나 경매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대상에서 생존 작가가 만든 미술·책·생활 공예품을 제외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작한 지 50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작가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 및 작품 거래를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문화재청은 다음달 29일까지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를 거칠 계획이다.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면 개정안은 2024년부터 시행된다.

다만 작고 예술가의 작품은 여전히 규제 대상이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근대 예술가나 최근 별세한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의 1960~1970년대 초기작은 문화재청 허가 없이는 해외에서 판매할 수 없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