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자사주 매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SK이노베이션 주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주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라도 해라"…속타는 SK이노베이션 주주
SK이노베이션은 30일 1.29% 오른 12만5900원에 마감했다. 직전 3거래일간 11.84% 급락한 데 따른 반발매수가 들어왔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이후 주가가 40% 이상 하락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유상증자 발행가액(13만96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배터리 랠리’엔 올라타지도 못했는데, 하락장에선 다른 2차전지주와 함께 떨어지니 주주들의 불만이 크다.

최근 주가 급락의 원인은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의 실적 우려 때문이다. 당초 증권가는 올해 3분기부터 미국의 생산세액공제(AMPC) 효과에 힘입어 SK온이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적 발표가 가까워질수록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SK온이 3분기 영업적자 1213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AMPC 효과를 제외한 적자 규모는 2957억원으로 전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봤다.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SK온 주요 고객사인 포드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배터리 사업 실적이 악화했다. 그동안 자금줄 역할을 하던 SK이노베이션의 수혈 여력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SK온이 투자를 위해 1년 동안 조달한 자금은 총 10조원이 넘는다. 차입으로 투자금을 충당하면서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배터리 후발주자로서 시장 내 입지를 다지려면 투자를 멈출 수도 없다. SK온의 투자비 조달이 여의치 않자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총대를 메고 지난 9월 유상증자를 통해 1조1400억원을 확보한 배경이다.

종목 토론방에선 회사가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회사 측은 “배터리 사업 투자 때문에 자금 여유가 없다”며 난색을 나타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