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국대기실 장기 '노숙'…"징집거부는 사유 안돼" 법무부 소송중
징집거부 난민신청 러시아인…인권위, 대기시설 등 지원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30일 강제 징집을 피해 한국에 와 난민 심사를 신청했지만 거부돼 인천국제공항에 장기간 거주 중인 러시아인들에 대한 처우 개선 지원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출국대기실에 장기간 머무르고 있는 러시아인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이를 위해 공항 밖에 별도의 대기 시설을 설치하고 식단·운동·의료지원 등 처우 보장이 포함된 운영 규정을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인권위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에게는 출국대기실 공간을 확장하고 러시아인들에게 식단과 주거환경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주문했다.

국회의장에게는 공항 밖에 별도 시설을 설치할 근거를 마련하고 운영기준을 규정하는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출국대기실에는 여러 사유로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 입국 거부자들이 기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와 전쟁 상황에서 강제 징집을 거부하고 한국으로 온 러시아인 5명은 난민 심사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단순 병역 기피는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을 심사에 회부하지 않았다.

그러자 러시아인 중 3명은 공항 출입국청장을 상대로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 2월 인천지법 행정1단독 이은신 판사는 2명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법무부는 "단순히 징집을 거부한 사정만으로는 난민 인정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와 국제규범"이라며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러시아인들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내 모처에서 사실상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인권위는 "출국대기실은 사람이 장기간 머무르기에 식사·수면 공간·운동·의료 등의 측면에서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송환 대상 외국인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출국대기실 외에 별도의 시설과 운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