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홍명보 10년 주기 대운설'로 주목…K리그1 2연패 달성 '운 아닌 실력'

'10년마다 대운이 한계?'…스스로 껍질 깬 홍명보의 '소통 축구'
"졌을 때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선수들과 함께 방법을 찾았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선수들에게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
울산 현대의 창단 첫 K리그 2연패를 이끈 홍명보(54) 감독의 말이다.

울산은 29일 울산문수경기장에 열린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파이널A 35라운드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3경기를 남기고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해 홍명보 감독의 지휘 아래 무려 17년 만에 K리그1 정상에 오르며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은 울산은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2연패의 기쁨을 맛보며 역대 통산 우승 횟수를 4회(1996·2005·2022·2023년)로 늘렸다.

특히 2020년 12월 24일 프로축구 '명가'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역대 사령탑 중 6번째로 '정규리그 2연패'를 지휘하며 명실공히 '명장'의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K리그 40년 역사에서 정규리그 2연패 이상을 달성한 사령탑은 김호 감독(1998·1999년·당시 수원 삼성), 고(故) 박종환 감독(1993·1994·1995년), 고 차경복 감독(2001·2002·2003년·이상 당시 성남 일화), 최강희 감독(2014·2015년, 2017·2018년), 조제 모라이스 감독(2019·2020년·이상 당시 전북 현대), 홍명보 감독(2022·2023년·울산)까지 6명뿐이다.

홍 감독은 지난해 '10년 주기 대운(大運)설'로 큰 화제를 모았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전사' 홍 감독에게 10년마다 대운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10년 주기 대운설'의 시작은 1992년 포항제철(포항 스틸러스의 전신)에 입단,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태며 신인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게 시작이다.

2002년에는 한일 월드컵에서 홍 감독이 '히딩크호 캡틴'으로 활약하며 '4강 신화'와 더불어 대회 MVP 3위 격인 브론즈볼을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받았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한국 축구의 역대 최고 성적인 동메달 획득을 지휘했고, 마침내 2022년에는 울산의 사령탑으로 17년 묵은 우승의 한을 풀었다.

지난해 우승이 '10년 주기 대운설'에 편승했다는 우스갯소리 속에 2023시즌을 시작한 홍 감독은 또다시 '울산 호랑이 군단'을 이끌고 창단 이후 첫 2연패를 달성했다.

홍 감독은 뛰어난 위기 탈출 능력과 소통을 중시하는 '형님 리더십'으로 K리그 무대에서 두 시즌 연속 우승을 맛보며 '운이 아닌 실력'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현역 시절을 보낸 홍 감독은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U-20) 이하 월드컵(8강), 2012년 런던 올림픽(3위), 2014년 브라질 월드컵(1무 2패·조별리그 탈락)에서 태극전사를 지휘했다.

2016년부터 2017년 5월까지는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뤼청의 사령탑을 맡으며 처음 사령탑으로 프로 무대를 경험했다.

'10년마다 대운이 한계?'…스스로 껍질 깬 홍명보의 '소통 축구'
홍 감독은 2017년 말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발탁돼 3년 동안 축구 행정가로 일하다 2020년 12월 울산 감독에 선임돼 'K리그 사령탑'으로 데뷔했다.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울산은 2021년 K리그1에서 전북 현대와의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리그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빌드업-전방 압박'을 앞세워 마침내 우승 한풀이에 성공했다.

2023시즌을 시작하면서 팬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울산의 'K리그 2연패 달성' 여부에 쏠렸다.

팬들의 관심에 부응하듯 울산은 개막전부터 21라운드까지 6연승 2차례와 5연승 1차례를 합쳐 17승 2무 2패로 '절대 1강'의 위력을 뽐내며 K리그1 2연패의 토대를 마련했다.

홍 감독은 뛰어난 위기 탈출 능력을 자랑했다.

울산은 올 시즌 22∼23라운드에서 홍 감독 부임 이후 처음 연패를 당했을 정도로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 기반에는 격의 없는 대화로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는 홍 감독의 '소통 능력'이 바탕이 됐다.

홍 감독은 "졌을 때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선수들과 함께 방법을 찾는다"라며 "팀이 졌다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선수들에게 화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다음 경기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즌 초반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대의 역습에 의한 실점률이 30% 이상 줄었다"라며 "지난해까지 빌드업 과정에서 볼을 뺏긴 뒤 역습을 당해 실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좋아졌다"라고 평가했다.

'10년마다 대운이 한계?'…스스로 껍질 깬 홍명보의 '소통 축구'
울산은 지난 6월 말 선수단 내 '소셜미디어(SNS) 인종차별 논란' 이후 7월부터 팀 조직력이 곤두박질하며 최대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특유의 '위기 탈출 능력'을 바탕으로 연패를 막아내고 'K리그1 2연패'의 빛나는 열매를 수확했다.

홍 감독은 "스코어에서 앞서고 있다가 후반에 안일한 플레이로 흐름이 바뀌는 장면이 올해에도 몇 차례 나왔다.

그래도 올해에는 팀이 전체적으로 느슨해지지는 않았다"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