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옥석'가려지는 리츠 시장…"싼 리츠보다 살아남을 리츠를 사라"
리츠를 바라보는 증권업계의 눈이 달라지고 있다. 시장불안정성이 커지며 가치주·고배당주 등이 주목을 받는 분위기가 되면서다. 다만 투자자산군, 자금조달비용 등의 차이로 리츠끼리도 가격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하락·배당 축소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안정적인 리츠를 선별해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리츠 가격 변화 '극과극'

26일 KRX 리츠 TOP10 지수는 지난 6개월(4월26일~10월26일) 사이 9.22% 하락했다. KRX리츠인프라 지수도 7.48%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 고금리 우려로 리츠 전체 시장은 하락추세를 보였다. 다만 전체 지수와 별개로 각 리츠마다 가격은 다르게 움직였다.

신한알파리츠는 이 기간 주가가 4.8% 올랐다. 신한알파리츠의 이날 가격은 6080원으로 상장가인 5000원 이상에서 거래됐다.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와 코람코더원리츠도 각각 4.11%, 1.12% 상승했다. 한화리츠와 삼성Fn리츠는 각각 3.01%, 4.9% 하락했다.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시장 전체 지수에 비해 아웃퍼폼하며 가격안정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반대로 SK리츠와 롯데리츠는 지난 6개월 사이 각각 22.58%, 20.63%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폰서 리츠임에도 가파른 가격하락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스폰서 리츠란 대기업의 이름을 걸고 관련 계열사의 건물에만 투자하는 리츠를 말한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도 20.87% 떨어졌고, ESR켄달스퀘어리츠도 13.67% 하락하며 두자리수 하락률을 보였다.

◆흔들리지 않는 국내 오피스 시장

전문가들은 가격 양극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투자자산군과 조달금리를 꼽는다. 우선 국내 오피스 시장에 투자하는 리츠들이 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이 치솟고 있음에도 국내 수도권 주요 상권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들은 2~3%의 낮은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채온 한화자산운용 리츠투자본부장은 "전세계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때 유일하게 국내 오피스 시장만 흔들리지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 크래프톤타워, 서울 용산 더프라임 타워 등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국내 오피스 리츠인 신한알파리츠가 차별화된 안정성을 보이는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재무리스크 및 배당 축소 리스크가 작다는 설명이다. 6%대를 기록하고 있는 예상 배당률이 축소될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다.

반면 아마존 노르망디 물류센터, 프랑스 크리스탈파크 오피스 등에 투자하는 마스턴프리미어리츠의 경우 해외부동산 침체로 재무구조에 우려가 생기면서 가격 하락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운용자금의 조달 시점에 의해서도 희비가 갈렸다. 리츠 운용 자금은 보통 1~3년 간격으로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을 한다. 몇몇 리츠의 경우 저금리 상황에서 돈을 빌렸다가 최근 고금리로 리파이낸싱을 하는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애초에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던 한화리츠와 삼성Fn리츠가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데 반해, SK리츠와 롯데리츠는 큰폭의 하락이 나타났던건 이같은 이유라는 설명이다. 올해만 SK리츠가 약 1조원, 롯데리츠가 약 9000억원의 리파이낸싱을 해야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크게 떨어진 리츠를 '저가매수'하는 것보다는 안정성을 보여주는 리츠들을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고금리 기조에서 재무구조 개선이 단기간에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최근 거시경제 변화로 인해 꾸준히 안정성을 보이는 리츠들의 상대적 가치가 많이 올라갔다"며 "살아남을 리츠들을 선별해 비중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