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사진작품과 참사설명 글귀도
이태원 참사 벌어졌던 골목에 '10·29 기억과 안전의길'
오는 29일 이태원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인파가 몰려 참사가 벌어졌던 현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마련됐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6일 이 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약 40m 걸으면 바로 볼 수 있는 골목에는 길의 시작을 알리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표지판이 세워졌다.

길의 입구 바닥에는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길로 들어서는 골목 우측에는 세 개의 표지판이 나란히 설치됐다.

두개는 황예지 사진작가의 작품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태원 참사 경위 등을 설명하는 문구다.

'하나 둘 모여 나타난 길'이라는 이름의 사진 작품은 까만 배경에 수백개의 빛 형상이 가운데로 모이는 모습을 담았다.

작품 한가운데에는 한 시민이 참사 직후 '일상적인 공간에서조차 안전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저희는 잊지않고 바꿔가겠습니다.

"라고 적은 포스트잇이 보인다.

'너의 의미'라는 이름의 또 다른 사진작품은 물가에 선 한 인물이 어딘가를 쳐다보며 손을 뻗는 모습이다.

앞서 시민들이 각자 추모의 글을 적어 붙인 포스트잇 판도 그대로 유지된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사진작품과 포스트잇을 두달에 한번씩 교체할 예정이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이곳은 지난해 10월 29일 밤 즐거운 일상을 보내다가 서울 한복판의 골목에서 하늘의 별이 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곳이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안전을 다짐하기 위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아직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미완성"이라며 "시민들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슬퍼하고 함께 해 줄 때 그 힘이 희생자들의 명예를 바로 세우고 진상을 규명하는 기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디자인한 미술가 권은비 씨는 "이태원 참사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며 "이를 통해 시민들이 참사를 생각하고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 길을 조성하는 데 약 1년이 걸렸으며, 지난 8월 용산구청에 참사 현장 중간 정비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연 후 용산구청이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에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